[김윤종의 CEO 노트] 리더십의 핵심은 ‘팔로십’ 직원에게 시간·열정 쏟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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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준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은 감동적이었다. 박찬호·이승엽 같은 스타가 빠진 바람에 3년 전 1회 대회 때보다 약화된 전력을 추슬러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이렇듯 리더십은 상황이 힘들 때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리더십의 핵심 키워드는 ‘일체감’이라고 믿는다. 1996년 자일랜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켰을 때의 일이다. 분기마다 전 임직원들을 모아 놓고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솔직하게 ‘보고’했다. 회사의 실적은 물론이고 회사가 겪은 일과 해결 과정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했다.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건 첫 직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미국에 건너와 어렵사리 대학원까지 마치고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조직의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좌절감을 느꼈고, 결국 창업으로 이어졌다. 우리 직원들에겐 이런 좌절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사업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직원들도 이런저런 궁금한 일들을 스스럼없이 묻기 시작했고 이에 소상히 답해 줬다. 회사의 성장 목표를 경쟁사보다 훨씬 높여 잡았지만 직원들은 군말 없이 달성해 냈다. 채용할 때 먼저 “1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할 수 있느냐”는 것부터 물어봤다. 스톡옵션 같은 인센티브 제도가 직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힘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와 자신의 목표가 하나라는 일체감이 없었다면 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전 구성원이 한쪽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는 여유 부릴 틈이 없다. 미국에 있을 때 나는 주말에 골프를 치거나 집에서 쉬는 일이 거의 없었다. 고국에 돌아와 보니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CEO를 많이 봤다. 그러나 스스로는 어떤가. 골프다 술자리다 해서 적잖은 시간을 허비하진 않는지 되돌아보면 어떨까. 최고의 인재를 기르려면 그들에게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리더십 이론은 넘쳐난다. 대개 헌신, 솔선수범, 명확한 원칙 등으로 설명한다.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나더러 정의하라면 "‘팔로십(followership)’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따르게 만들라는 것이다. 조직의 가치에 맞춰 구성원이 자발적이고 헌신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래야 일의 효율이 생기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애사심이 높아진다. 이렇게 하는 방법은 상황과 개인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몸소 실천하지 않고 지시만 해선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

김윤종 꿈·희망·미래재단(www.dreamhopefuture.org) 이사장 겸 SYK글로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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