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社의 위대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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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불황의 파고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휩쓸린 한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침체는 경제구조의 윗단·아랫단을 가리지 않는다. 전방위적이다. 소비와 투자는 급감하고,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코노미스트 공동기획 #이들의 성장엔진 멎지 않는 이유는? 끊임없는 도전정신·혁신 및 소통의지·탐색절차 배워야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가계는 흔들리고 있다. 내 호주머니는 물론 기업의 곳간까지 위태로울 지경이다. 온통 빨간 불이다. 그러나 어두운 불황 터널 속에서도 안개등을 켜고 질주하는 기업이 있다.

몸집은 작지만 불굴의 도전정신과 월등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거는 그런 기업들이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이른바 다윗기업의 이야기다. 불황 회오리에 글로벌 기업마저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 이들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발판으로 야심 찬 도약을 꾀하고 있다.

세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해외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시장분석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로 시장을 넓혀가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위기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윗기업의 성장동력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상력의 힘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세상에 없는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기발한 상상력이 다윗기업의 숨은 파워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혁신 하나만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혁신제품 또는 기술이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초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봤다.

정부출연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등록한 특허 10개 중 7개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허구적 상상력이 아니라 실용적 상상력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 혁신도 혁신 나름이다. 실용이 빠진 혁신은 빈 껍데기와 다를 바 없다.

혁신을 꾀하면서도 소비자를 외면하고, 트렌드를 간과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기 틀에 박혀 만든 제품은 혁신이 아니라 기술자의 오만이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인정할 만한 제품을 내놓으면 그만이다.” 또 다른 혹자는 구체적 사례까지 든다.

“에디슨이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백열등 필라멘트를 개발했는가? 아니지 않은가? 혁신제품은 소비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고, 그러면 성공이다.” 아쉽게도 이 이야기는 틀렸다. 에디슨이 세상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과학에는 ‘탐색시행’이라는 게 있다.

목표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탐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에디슨은 탐색시행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읽었고,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에디슨이 개발한 백열등 필라멘트 수명은 애초 13시간에 불과했다. 에디슨은 거듭된 탐색시행으로 이 수명을 100시간까지 늘렸다. 소비자가 백열등을 찾을 수밖에 없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셈이다.

국내외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다윗기업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이들은 제아무리 탁월한 혁신제품을 출시해도 안주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원할 때까지 탐색 또 탐색했다. 블루투스(무선통신기술) 원천기술로 핸즈프리 시장에 뛰어든 이너스텍 장휘 대표는 간혹 난청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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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를 탈출하기 위해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윗기업의 성장페달은 멈추지 않는다

귀청이 따갑도록 음질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시제품은 대략 한 달 만에 나오지만 완성품 출시는 그야말로 기약 없다. 쉼 없이 계속되는 음질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하면 완성품 출시는 없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세포진피(이식 제품)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한스바이오메드 황호찬 사장도 혁신제품 한 개를 만들기 위해 수천, 수만 번의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디슨이 반복적 탐색시행을 했던 것과 너무도 같은 모습 아닌가? 다윗기업은 지금껏 누가 보든 말든 국내외 시장을 공략해 왔다. 상상력을 발휘해 혁신기술, 제품을 만들었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탐색과정을 거쳤다. 그러면서도 축배보단 고배를 많이 마셨고, 성공연(축제)보단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았다.

이런 뼈를 깎는 과정에서 생긴 것은 불황에도 끄떡 않는 내성이다. 바로 이것이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도 다윗기업의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다윗기업의 위대한 도전이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다윗기업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 상상력 발휘해 세상에 없는 혁신제품 출시
■ 소비자 마음 사로잡기 위해 쉼없이 탐색
■ 끊임없는 기술개발·시장분석은 기본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한도전 정신

이윤찬 기자 chan487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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