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장애아교육 망치는 이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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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르다' 와 '틀리다' .과연 같은 뜻일까 아닐까. 최근 곳곳에서 장애아 학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많은 이들이 두 말을 비슷한 뜻쯤으로 여기는 듯싶다.

앞 못 보거나 제 다리로 못 걷는 장애인들을 정상인과는 다른 사람, 동시에 틀린 사람.옳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며칠 전부터 장애아들을 위한 지애학교 설립공사가 시작된 서울 경기고 부지. 공사가 강행된 지금까지도 주민들의 항의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의 유일한 녹지를 훼손한다" 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그 이유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장애아들이 가까이 돌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마음 편치 않고, 장애아학교 같은 '혐오시설' 이 들어섰을 때 집값 떨어질 걱정이 솔직한 속내일 것이다.

"자기 아이가 장애아라도 이러겠습니까. " 정상이 아닌 상태로 자식을 낳아 놓은 아픔에, 제대로 가르칠 기회조차 위협당하는 장애아 부모들의 가슴은 미어진다.

잘 알려져 있듯 장애아는 정상아보다 교육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

비록 완치되지는 못하더라도 장차 성인이 됐을 때 우리 사회에 무난히 적응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어린 시절의 교육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학교설립을 무산시켜 주민들이 얻을 수 있는 게 집값이든 녹지든 죄 없는 어린 생명들의 기본권보다 우선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학교만 짓는다고 장애아들의 교육권이 '무사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정서장애아동들을 가르치는 서울강남구일원동 밀알학교의 경우 등.하교길마다 아이들을 가득 태운 통학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곡예운행을 해야 한다.

당초 차량이 정문으로 들어와 후문으로 나가도록 설계됐지만 주민들이 아파트단지와 인접한 후문사용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면 학교문만 연다고 해서 능사가 아닌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말한다.

장애아들이 근처에 있으면 아이들이 흉내내는 등 자녀교육상 좋지 않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디 덧셈 한 문제, 글자 하나를 더 가르치는 게 교육의 전부일까. 우리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처지의 장애인들과 어울리며 키워 나갈 포용력과 지혜는 다른 데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자꾸만 어른들은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고, 그래서 틀리다고 갈라 놓기에만 여념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어른들이 틀렸다.

신예리 생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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