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질환 다스리기]4.고혈압…비만·흡연·과음이 위험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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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용한 살인자' 의사들은 고혈압을 이렇게 부른다.

노폐물이 잔뜩 낀 수도관이 수압을 못견뎌 터지는 상황이 우리몸의 혈관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혈관이 어느정도 막힐 때까지 증상이 없다는 것. 지방공사 강남병원 신경외과 하영일 (河榮一) 과장은 "정상인에서 1㎎의 뇌에 공급되는 혈액은 1초에 55㎖다.

그러나 혈관이 막혀 혈액량이 30~25㎖로 떨어져야 비로소 중풍의 예고증상이 나타난다" 고 말한다.

그렇다면 '조용한 살인자' 를 퇴치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대의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노영무 (盧英茂) 교수는 "혈관을 갈아끼우지 않는 한 고혈압을 완치시킬 수 없지만 혈압악화 요인은 밝혀져 있기때문에 이를 제거함으로써 합병증을 지연.예방할 수 있다" 고 말한다.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이 체중관리. 몸무게가 1㎏ 증가할 때 모세혈관은 1.5㎞ 늘어난다.

혈액공급량이 늘어나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비만자는 정상인에 비해 고혈압 발생비율이 2~6배 높다.

운동은 비만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혈압을 떨어뜨린다.

이는 운동이 혈관의 탄력을 높이고 교감신경.전해질.인슐린 분비등 체내 신경및 내분비계의 균형을 유지시켜주기 때문. 운동은 숨이 조금 가쁘고 약간 땀이 날 정도가 좋으며, 역기들기.철봉 매달리기등 갑자기 혈압을 높이는 운동은 금물. 고혈압환자에게 식사만큼 중요한 치료법도 없다.

동물성지방은 칼로리 증가와 혈액중 콜레스테롤및 중성지방을 증가시킨다.

식단에서 동물성 지방을 줄이고 식물성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금도 중요한 인자. 하루 염분 필요량은 5g.그러나 우리나라 평균 소금섭취량은 20g이나 된다.

소금은 하루 총량으로 결정되므로 짜게 먹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물을 말끔히 비우는 식습관도 버려야 한다.

적당한 칼륨은 소변으로 염분을 잘 배출시키고 동맥확장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과.감귤류등 과일과 야채를 권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때문. 매일 양주 5잔을 마시는 사람이 음주량을 80% 줄이면 2주도 안돼 수축기 혈압이 준다는 보고도 있다.

盧교수는 "알콜은 혈압상승물질을 늘리고 교감신경을 자극하는등 혈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금주및 절주는 고혈압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습관적인 음주 허용량은 양주 2잔.맥주1병반 정도. 담배 또한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므로 금연은 철칙. 정열적이고 흥분을 잘 하는 사람이 혈압이 높다는 것은 주위에서 많이 경험하는 사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가 흥분을 하고 이어 부신에서 아드레날린, 신경말단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관을 수축시킨다.

결국 마음을 제어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하라는 뜻이다.

혈압도 대물림을 한다.

특히 다른 질병과 관련없이 나타나는 본태성 고혈압은 유전요인이 가장 크다.

따라서 가족중에 고혈압환자가 있고 나이가 40대를 넘어서면 월1회 혈압측정을 습관화해서 혈압일지를 기록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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