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패러다임]3.글로벌 경쟁력이 살길…기업 분산·현지화 '발등의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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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서울시 봉천동 달동네의 한 구멍가게. 유치원생들이 초콜렛 진열장을 쳐다보다 국산을 제치고 외산 제품을 골랐다.

요즘 TV광고에 자주 나오는데다 맛이 있다는 소문이 도는 초콜렛이다.

LG경제연구원의 이윤호 (李允鎬) 원장은 이같은 사례를 전하면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은 멀리 있는게 아니라 바로 목전에 다가왔다" 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제 우리 안마당에서조차 세계 초일류기업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서울대의 김재일 (金載一.경영대) 교수는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구분이 이젠 별 의미가 없어졌다" 고 말했다.

최근엔 수입제품뿐아니라 아예 외국의 유통업체가 국내로 밀려 들어오고있다.

물론 우리 기업들도 전세계에서 바삐 움직이고있다.

이같은 전세계적 무차별 경쟁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분산화▶현지화▶전략적 제휴등이 필요하다고 경영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우리 기업이 진출한 세계 각국의 네트워크가 유기적인 연계를 가져야한다는 점에서 분산화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삼성경제연구원의 이용화 (李鏞和) 수석연구원은 "분산화는 연구개발에서부터 최종제품의 배달, 그리고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업활동의 전 과정이 가장 효율적으로 세계 각지에 분포돼 있는 시스템" 이라고 말했다.

전세계를 국내의 안방시장처럼 생각한 경영체제가 이룩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현지화는 세계 각지에서의 경영활동이 해당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특색에 맞게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즉 현지 기후.지형.수요특성등에 맞는 제품의 개발.생산, 현지적응형 기업문화의 구축등이 확립되어야 한다.

국내기업들이 선진국에 대한 현지화의 성공사례로 벤치마킹하는 주요기업중 하나는 일본 혼다의 미국진출이다.

혼다는 70년대말부터 미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혼다는 당시 생산은 말할것도 없고 제품의 컨셉.디자인등 핵심사항까지 현지에 일임했다.

이를 통해 혼다 아메리카는 미국인의 취향에 맞아떨어지는 제품을 만들수 있었다.

그 결과 90년대초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일본의 혼다 본사는 적지않은 애로를 겪었음에도 혼다 아메리카는 독자적인 성장을 계속할수 있었던 것이다.

분산화와 현지화의 핵심은 세계적인 중공업 업체인 스위스 ABB사의 행동강령에서 단적으로 찾아볼수있다.

이 회사는 '생각은 세계화, 행동은 지역화 (Think Globally and Act Locally)' 를 모토로 삼고있는 것이다.

큰 틀에서 기업의 전략과 방향은 세계적 차원으로 접근하며, 세부적으로 들어가 각 지역의 개개 활동에서는 지역문화와 특색에 맞게 전개하자는 뜻이다.

미국의 코카콜라와 스위스의 네슬레 역시 분산화와 현지화의 절적한 조화를 통해 자기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들은 각국에 현지공장을 건설해 제품을 공급하지만 맛은 지역문화에 맞게 만들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현지화에 있어서 해당지역 국민및 사회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동국대 이영면 (李永勉) 교수는 원만한 노사관계도 강조하면서 "기업과 근로자의 공동운명체 인식이 세계화의 기본이 된다" 고 지적했다.

세번째로 전략적 제휴는 '정글경쟁' 에서 생존하기위한 첨단 기술의 습득과활용을 위해 중요하다.

제휴를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브랜드이미지가 높아지고 핵심역량도 강화할수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金교수는 "요즘은 생산만 맡는 업체, 주문자상표부착방식 (OEM) 등으로 시장공급을 담당하는 업체, 그리고 딜러.판매망등 유통만 맡는 업체간의 '삼자제휴' 가 새 경향으로 나타나고있다" 고 설명했다.

또 제휴업체끼리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맺어 성공한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인텔' 체제가 대표적이다.

인텔사는 지난 80년대초 개인용컴퓨터 (PC)에 들어갈 핵심칩인 마이크로프로세서 (MPU) 를 개발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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