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금융감독기구 총리실 관할 합의 정치적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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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곧 하나가 되기로 한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와 조순 민주당총재는 15일 밤 금융개혁입법안 쟁점중 하나인 통합 금융감독기구의 감독관청을 바꿔버렸다.

'총리실 (정부원안)→재경원 (국회재경위 소위 수정안)' 을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이같은 '오락가락 현상' 은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에 따른 정치적 소산이다.

재경원과 신한국당.국민회의.자민련 모두 '운영의 효율성' 원칙에 따라 당연히 감독기구는 재경원에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금융관련법안 자체를 반대해왔던 한국은행등도 이 문제를 크게 쟁점화하지 않았다.

다만 한은 총재출신인 趙총재는 원래부터 한국은행에서 은행감독원을 떼내는 재경원의 금융개혁법안을 반대했다.

그래서 회기내 처리도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통합 금융감독기구를 재경원 산하에 두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소수 정파의 수장 (首長) 이라는 한계때문에 논의에도 못끼던 趙총재는 그러나 신한국당과 합당을 하게 되면서 '원내 제1당 예비총재' 의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趙총재는 이날 李총재측에 금융법안의 회기내 처리와 재경원 산하기구로 하는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근본적인 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李총재의 오른팔격인 서상목의원을 비롯, 이해구 정책위의장.이상득 (李相得) 국회재경위원장등 정책관계자들의 긴급회동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상득위원장은 재경원 산하로 하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이에따라 '재경위 산하' 로 의견정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해구의장등 일부가 소수의견을 냈고 최고지도부의 의견을 구하기로 했다.

공을 넘겨받은 李총재는 실무회동의 분위기를 趙총재에게 전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趙총재에게 '선물' 을 안긴 셈이다.

법안의 회기내 처리는 유지하면서 감독관청을 총리실로 격상시키기로 절충한 것이다.

다만 이상득위원장의 항의에 따라 "최종 결정은 17일 열릴 국회 재경위 여야회의에서 내린다" 는 정치적 표현을 사용했다.

한편 '감독기관 변경' 이라는 곁가지 사안을 쟁점화함으로써 '금융감독기구 통합' 이라는 본질을 호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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