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 남자들 잇단 검찰 조사 … 이번엔 ‘강금원 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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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左)이 지난해 11월 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 전원마을을 방문해 관계자의 현황 보고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퇴임 전후 사업 조사=중수부가 넘겨받은 자료는 강 회장이 봉하마을 개발 사업을 위해 투자한 70억원과 관련된 것이다. 강 회장은 2007년 9월 ㈜봉화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에 50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인 2008년 2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 회사는 최초 설립된 부산에서 지난해 봉하마을이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으로 옮겼다. 외견상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가 대통령의 고향을 개발하는 데 선뜻 70억원을 투자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는 강 회장이 70억원을 투자한 경위와 자금 출처, ㈜봉화를 설립하는 데 든 각종 경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봉화는 주소지를 옮기면서 부지 매입에 10억원대의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전지검 특수부는 회사 설립 자금의 출처를 수사해 왔다. 강 회장에 대한 폭넓은 계좌 추적도 벌였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7억원 안팎의 돈을 제공한 것도 이때 드러났다. 중수부가 대전지검의 자료를 토대로 확대 수사에 나설 경우 노 전 대통령 주변의 수상한 자금 이동이 새롭게 드러날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과 강 회장의 각별한 관계 때문이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외부와 접촉을 끊은 최근에도 수차례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은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진정한 후원자”라고 말하고 있다. 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트랙으로 튈 수 있는 이유다. ‘강금원 리스트’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단 중수부는 박연차 회장의 자금이 ㈜봉화와 관련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강 회장과 논의한 정황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씨가 홍콩 계좌로 받은 500만 달러가 ㈜봉화 등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는 명목이었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새로운 ‘리스트’ 나오나= ㈜봉화가 대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다른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영농법인 ‘봉하마을’과 재단법인 ‘봉하’ 등이 있다. 봉하마을은 김해 진영읍에 본점을 둔 자본금 1억원짜리 법인이다. 주요 사업은 농어촌 관광과 휴양 및 영농사업이다. 이 법인엔 노 전 대통령과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이성호 전 청와대 행정관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감사다. 재단법인 봉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설립을 추진 중이다.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이들 사업의 자금원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수사 확대로 지난해 말 잠잠해진 ‘정대근 리스트’도 재부상하고 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정씨가 박연차씨와 대질한 뒤 뇌물 수수 혐의를 자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가 이광재·이강철 이외에 다른 정치인에게도 돈을 줬는지 주목해서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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