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 뒤늦게 수사 확대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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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오던 경찰이 뒤늦게 수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일 “지난달 31일 신촌의 D룸살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결과 케이블방송업체 측이 회사 법인카드로 총 180만원을 계산한 신용카드 매출 전표 등을 확보했다”며 “해당 업체의 로비 의혹을 집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D룸살롱은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43)씨가 지난달 25일 밤 동료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 과장급 간부, 케이블방송업체 관계자 등 세 명과 함께 술을 마신 곳이다. 김씨는 이곳을 나와 노고산동 모텔에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함께 투숙했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쯤 그동안 잠적했던 김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와 여종업원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사건 당일 김씨와 술자리에 동석했던 세 명에게도 출석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케이블방송업체인 T사가 최근 다른 업체를 인수한 뒤 방통위의 합병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방통위 소속 4급 공무원으로 지난달 16일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에 파견된 김씨가 승인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법인카드로 180만원을 결제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중 95만원은 외상값을 갚은 것”이라며 “로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마포경찰서 김형덕 생활안전과장을 1일 자로 양천경찰서로 전보 발령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정기 인사에 따른 이동”이라고 설명했지만 사건 초기 대응을 잘못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이 사건에 대해 “윤리·도덕적으로 가장 엄격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참담함을 안겨 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대통령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향응 제공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수사기관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궁욱·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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