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용 파우더 11개 제품에 발암물질 석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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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보령메디앙스와 베비라 등 유명 유아용품 업체가 만든 베이비파우더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베이비파우더와 어린이용 파우더 중 탈크(활석) 성분을 원료로 만든 30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12개(1개는 원료)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이 제품들을 회수해 폐기하도록 지시했다. 석면이 검출된 10개 제품들은 수입업체 덕산이, 라꾸베 베이비파우더는 수성원료가 원료를 공급했다. 원료는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하지만 존슨앤드존슨과 아가방 등이 만든 18개 제품에서는 석면이 나오지 않았다.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이유는 원료인 탈크 때문이다.

광물의 일종인 탈크는 석면을 함유하고 있는 사문암과 함께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석면을 함유한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2005년 이후 유아용 제품에 탈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사용할 경우 석면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식약청은 아직 의약품과 화장품 원료에 대한 석면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탈크는 베이비파우더 외에 화장품과 의약품에 널리 쓰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서도 석면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

석면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간다. 파우더를 바르는 과정에서 가루가 날려 호흡기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피부로는 침투하지 않지만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유무영 과장은 “파우더에 석면이 섞일 위험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달 중 석면이 검출되지 않게 하는 규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석면=지름이 머리카락의 100~400분의 1(0.01~0.04㎛)에 해당하는 가는 섬유 같아 ‘돌솜’으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1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유해 성분.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시면 석면폐증·악성중피종·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건축자재로 쓰이다가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석면을 산업용으로 쓰거나 수입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산업용 외에는 아직 규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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