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공격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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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이세돌 9단(한국) ●·황이중 7단(중국)

제6보(71~80)=백◎라는 기반이 없다면 백△의 공격은 ‘허공에서 춤추기’에 불과할 것이다. 백◎와 백△의 기막힌 조화가 판을 일시에 백 우세로 몰아가고 있다. 단 두 수에 불과하지만 이 두 수가 품어내는 잠재력은 대단해 구경꾼조차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하지만 바로 이 직후 등장한 흑71과 백72가 묘했다. 중앙에서 전운이 무르익는데 왜 이들은 먼 데서 딴청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현찰을 확보하며 호흡을 고르고 있는 거다. 중앙 공격은 황금을 캘 수도 있지만 빈손이 될 수도 있다. 전면 공격이 개시되는 순간 승부는 5대5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더라도 72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현찰이라면 상변의 넓은 곳이나 좌하귀, 또는 좌변일 텐데 왜 이곳이 더 크다는 말인가. 박영훈 9단은 ‘참고도1’을 제시하며 "두텁고 뒷맛이 좋다. 크다”고 설명해 준다. 묘하다. 어렵다. 아마추어로서 72의 크기에 즉각적으로 동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서 73으로 푹 들어온 수가 드디어 전쟁을 촉발시켰다. ‘참고도2’라면 무난하지만 이건 집으로 진다고 보고 황이중 7단은 73의 강수를 선택했다. 백진 깊숙이 낙하산을 투입한 것이다. 이세돌 9단은 즉각 총동원령을 내리고 공격에 나섰다. 두려운 이세돌의 공격. 수습에 나선 황이중의 눈이 가늘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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