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우지원 '스타 중압감'…개막전서 9득점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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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2일 새벽, 대구에는 늦가을 단비가 내렸다.

비는 하늘을 뒤덮은 먼지를 씻어내리고 메마른 대지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그러나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우지원 (대우)에게 빗줄기는 모진 채찍과도 같았다.

우지원은 스스로 묻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11일 동양과의 경기에서 우는 단 9득점에 그쳤다.

면도날같은 3점포는 간곳이 없었고 2쿼터 5분만에 4파울에 걸려 출장시간은 19분에 못미쳤다.

더욱 우지원을 괴롭힌 것은 승패의 기로에서 벤치를 지켜야 했다는 사실이다.

대우는 경기종료 40여초를 남기고 99 - 97로 뒤진 가운데 우를 투입,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대우가 우지원에게 승부를 맡기려 했다면 좀더 일찍 기용해야 했다.

그러나 최종규 감독은 우를 믿지 못했다.

이날 던진 4개의 3점슛이 모두 빗나갔고 슛타이밍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아 = 강동희의 팀' 이라는 표현과 같은 뜻에서 대우는 우지원의 팀이다.

우를 믿지 못하면 큰 승부를 해볼 수 없다.

그러나 우지원은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펼친다.

이것이 대우와 우지원의 공통된 고민이다.

동양전에서 우가 파울에 걸리지 않았다면 40분을 다 뛰었을 것이고 18~20점은 빼내 줬을 것이다.

부진했다는 시범경기에서도 우는 평균 15점 이상을 넣었다.

이렇게 볼 때 "우지원은 평범한 플레이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에겐 평범해도 팀에는 매우 특별한 플레이" 라는 유재학 코치의 지적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뭔가를 보여주겠다' 는 의욕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시즌 오픈을 앞두고 "나를 스타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 며 고통을 하소연한 우지원. 우의 부진은 기량의 부족이 아니라 팀의 간판으로서 느끼는 중압감에 원인이 있다.

대우의 코칭스태프는 우지원이 스스로를 이기고 일어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우지원이 살아야 대우도 산다는 점에서 기다림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을 것이다.

대구 =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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