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팝업] ‘소박한’ 42인조 오케스트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에서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연주자들이 조심스럽게 현을 손으로 뜯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피치카토 부분은 작고 느리게 시작해 웅장한 합주로 뻗어나간다. 그런데 이날 여린 이 대목의 소리가 청중에게 거의 들리지 않았다. 객석에서 터지는 잔기침, 부스럭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였다. 한국을 처음 찾은 영국 ‘노던 신포니아’의 규모 때문이다. 이날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한 단원은 모두 42명. 보통 이 교향곡을 연주하는 현대 오케스트라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내한해 같은 곡을 연주한 베를린 필하모닉은 70명 넘는 단원을 썼다.

2001년 노던 신포니아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토마스 제트마이어(48)는 ‘반쪽’ 오케스트라 예찬론자다. “지휘자가 통제하기에 적당하고, 17~19세기 작곡가의 의도에 적합하며, 연주 여행에도 적절하다”는 것이 이유다. ‘심포니(Symphony)’ 대신 ‘신포니아(Sinfonia)’라는 이름으로 소규모를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한 제트마이어는 현악기의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조절해가며 작은 규모에서 오는 불리함을 덜어냈다. 소리에 굴곡이 생겼고, 청중은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오케스트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호른 4대만 왼쪽에 앉히고 나머지 금관 악기와 팀파니는 오른쪽 끝으로 보내 현악기의 빈약함을 양쪽으로 흩어진 금속 관악기들이 보완하도록 한 점도 참신했다.

갈수록 대형화하는 현대 공연장과 이에 맞춰 확대되는 오케스트라 편성의 유행 속에서 노던 신포니아는 거품을 뺀 크기의 소박한 사운드로 신선함을 던졌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