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오리온 초코파이

중앙일보

입력 2009.03.31 19:36

업데이트 2009.04.01 00:20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금이야 초콜릿 과자가 널려 있지만 30여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가 보다. 1973년 미국 조지아주. 오리온의 김용찬 과자개발팀장(90년 퇴사)은 출장길에 들른 한 호텔 카페에서 초콜릿을 입힌 과자를 먹어 보고 적잖이 놀랐다. “이거 신기한데…. 우리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국내로 돌아온 그는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배합을 달리 해 수백 번 구워 봤지만 비스킷이 타거나 너무 부풀어 애를 먹었다. 또 비스킷에 마시멜로를 얹은 다음 초콜릿을 덮었더니 마시멜로의 습기를 머금은 과자가 너무 물렁해져 과자가 내려앉아 버렸다. 실험은 1년여간 계속됐다.

결국 알아낸 비밀은 이랬다. 우선 구울 때 열풍·가스직화·간접복사열, 세 가지 방식을 조합했다. 그러고는 생케이크처럼 촉촉한 맛을 혀끝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12%의 수분 함량이 최적이란 사실을 찾아냈다. 비스킷을 딱딱하게 만든 뒤 이를 숙성 창고로 옮겨 적당한 수분과 습도를 맞춘 상태에서 사흘간 숙성시켰다. 그 결과 딱딱한 비스킷이 마시멜로 덕분에 적당히 촉촉해진 초코케이크가 74년 태어났다. ‘초코파이’의 탄생 비화다.

초코파이는 지금 세계 과자가 됐다. 90년대 중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사가지고 나간 초코파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회사가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 2176억원 중 33%만 한국에서, 나머지는 해외에서 올렸다. 출시 이후 국내에서 줄곧 초코케이크류 중 1위며 중국에서 60%, 베트남 51%, 러시아 42%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지난해 기준).

오리온 연구소 파이개발팀의 문영복 팀장은 해외 공장 6곳에서 만든 초코파이를 특송으로 받아 수시로 먹어본다. 초코파이는 기본 배합 90%는 똑같이 하고 10%를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베트남에선 더운 날씨를 고려해 잘 녹지 않는 초콜릿을 쓴다. 단맛을 선호하는 러시아인들에겐 좀 더 달게 만들고 초콜릿 양도 늘렸다.

상표등록을 ‘초코파이’로 하지 않고 ‘오리온 초코파이’로 한 것은 한때 위기를 불렀다. ‘OO 초코파이’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한 것. ‘그만하면 오래 팔았다, 안락사시키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89년 추억을 강조한 ‘초코파이 정(情) 시리즈’ 광고의 히트로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