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무역장벽 쌓는 나라 이름 공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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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보호주의를 배격하자’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나라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G20금융정상회의에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 날짜로 보도된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다. 인터뷰는 이 대통령의 런던 G20금융정상회의(4월 2일)참석을 앞두고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을 하루 앞두고 청와대 지하벙커의 국가위기상황센터와 비상경제상황실을 방문해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금융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무역보호장벽을 만들지 말자”는 ‘스탠드 스틸(Stand-still, 새로운 무역장벽 도입 금지 원칙)선언’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결국 이 선언은 정상들의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실행가능한 사후조치로서, 세계은행이 분기별 또는 정기적으로 보호주의 배격 원칙의 이행 여부를 점검해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런던회의에서는 모든 나라가 무역보호주의뿐 아니라 금융보호주의도 배격하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특히 “지금까지 적용된 보호주의 조치들을 지난 11월 워싱턴 정상회담이 개최됐던 당시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보호주의적 조치를 한 나라들은 지난해 11월 이후의 조치들을 롤백(roll back·원상회복)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난 11월의 ‘스탠드 스틸’에 이어 이 대통령의 ‘롤백’제안이 이번 금융정상회담에서 실제로 채택될지가 주목받게 됐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 30일자 3면에 게재된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


이 대통령은 최근 국제경제분야의 핫 이슈인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미 달러화의 지위 변경’ 논란에 대해선 “미 달러가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미국 달러를 대체할 만한 기축통화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터뷰에서는 ‘한국 정부의 수많은 개혁법안이 국회에 막혀있어 외국인들과 투자자들이 답답해 한다. 개혁법안을 표결에 부쳐 강행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때엔 정치권의 소수가 표결을 통하지 않고, 저항하고 투쟁하는 방법을 택했다”며 “과거의 전통이 아직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위기가 오게 되면 (명분 없이) 반대하는 것을 국민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무조건 개혁법안을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표결처리와 관련해선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표결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또 그렇게 갈 것으로 예측한다”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 오늘 출국=이 대통령은 G20금융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1일 오전 런던으로 출국한다. 모두 3박5일의 일정이다. 이 대통령은 4월 2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런던에서 할 예정이다. 중국·일본·영국·호주 정상과의 연쇄 회담 일정도 잡혀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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