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뉴스] 마약 먹인 내기 골프 사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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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해 12월 경기도 하남시의 한 골프장.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재력가인 남모(45)씨는 한 달 전 골프연습장에서 알게 된 송모(48)씨 등 3명과 필드에 나섰다. 한 타당 1만원씩의 내기가 벌어졌다. 9홀을 돌았을 때 남씨는 몇 만원을 딴 상태였다. ‘싱글’의 골프 실력을 자랑하는 남씨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였다.

중간 휴식을 위해 골프장 내 식당에 들어서자 누군가가 “날씨도 추운데 정종 한잔하자”고 했다. 남씨도 한 잔을 마셨다. 나머지 홀을 돌기 위해 필드에 선 남씨는 다리가 휘청거림을 느꼈다. 이상하게 흥분이 됐지만 술기운이겠거니 생각했다. 일행은 “1타당 5만원으로 올리자”고 했고 흥분한 남씨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가 골프장에서 잃은 돈은 160만원.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송씨 등은 “심심한데 포커나 치자”고 제안했다. 평소 도박을 잘하지 않던 남씨였지만 이날 만은 순순히 응했다. 그는 일행 중 하모(54)씨가 카드를 돌리면 유난히 크게 잃었다. 한 판에 500만원을 잃기도 했다. 남씨가 휴대전화로 일행 중 안모(41)씨의 계좌로 송금을 하면 안씨가 그 자리에서 수표를 내줘 판돈을 채웠다. 자제력을 잃은 남씨는 1~2시간 만에 2900만원을 날렸다.

며칠 후 ‘평소에 나라면 그랬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 남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소변검사 결과 메스암페타민(히로뽕) 양성 반응이 나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몇 개월에 걸쳐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송씨 일당 3명을 검거했다. 송씨 등은 30일 특수강도 등 혐의로 구속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남씨가 잠시 화장실에 간 틈을 타 술에 히로뽕을 탔고 흥분 상태의 남씨를 상대로 도박판을 벌였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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