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징크스 날리고 네덜란드 4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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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따라주지 않아서겠죠. 고비마다 승부차기에서 눈물을 흘렸으니까요."

2001년 2월, 한국 대표팀을 맡아 두바이 4개국 축구대회에 출전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가 전력에 비해 큰 대회 성적이 나쁘다"는 지적에 이렇게 대답했다. 히딩크의 말처럼 '오렌지 군단'의 '승부차기 징크스'는 끈질겼다.

1992년 유럽선수권(유로 92) 준결승에서 덴마크에 4-5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유로 96 8강전(프랑스에 4-5 패), 98 프랑스 월드컵 준결승(브라질에 2-4 패), 유로 2000 준결승(이탈리아에 1-3 패)에 이르기까지 '악마의 발명품'이라는 승부차기는 곧 패배를 의미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승부차기에서 세차례나 희생양이 됐던 간판 골키퍼 에드빈 반 데 사르의 선방에 힘입어 '스칸디나비아 축구의 제왕'스웨덴과의 승부차기 대결에서 승리, 4강에 오르면서 지긋지긋한 징크스에 종지부를 찍었다.

네덜란드는 27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파루 알가르베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스웨덴과의 8강전에서 연장을 포함, 120분간의 혈투 끝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네덜란드는 7월 1일 리스본에서 개최국 포르투갈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스웨덴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스웨덴은 3번 키커 이브라히모비치, 네덜란드는 4번 키커 코쿠가 각각 실축했다. 4-4에서 올로프 멜베리가 오른쪽으로 찬 볼을 반 데 사르가 깔끔하게 쳐냈다. 네덜란드의 키커는 히딩크 감독이 키운 20세의 신예 아리옌 로벤(아인트호벤). 로벤은 오른쪽 귀퉁이로 가볍게 골을 성공시켰다.

26일 열린 8강전에서는 그리스가 후반 20분 안겔로스 카리스테아스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연출하며 4강에 올랐다. 프랑스는 A매치 무패 행진을 21경기에서 마감했고, 그리스는 체코-덴마크 승자와 7월 2일 준결승전을 치른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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