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방향 헛갈리자 ‘섞어찌개형’ 상품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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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투자증권은 30일 ‘트랜스포머 주가연계증권(ELS)’을 내놨다. 평범한 자동차, 비행기가 순식간에 로봇으로 변신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상품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시황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먼저 향후 증시가 게걸음을 하면서 코스피200지수가 만기일까지 기준 주가의 8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자는 13%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재발 등으로 지수가 급락할 경우가 문제다. 보통 ELS는 그럴 경우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 하지만 이 상품은 인덱스 펀드처럼 지수를 따라가는 수익 구조로 자동 변신한다. 이후 증시가 반등한다면 만기 때 기준 주가를 넘어선 만큼을 수익률로 챙길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손석우 투자금융본부장은 “불안한 투자 환경을 감안해 ELS와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섞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투자 상품의 특징을 하나에 몰아넣은 ‘섞어찌개’형 상품이 요즘 봇물이다. 이런 상품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증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이 어려워지자 금융사들이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새로운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은 30일 네 종류의 인덱스 펀드와 하나의 채권형 펀드가 한 세트 묶인 ‘유리 코아셀렉션 전환형 펀드’를 출시했다. 하나의 펀드에 성격이 다른 하위 펀드들이 우산살처럼 엮여 있는 엄브렐러 펀드다. 이 회사 김현엽 상품기획부 차장은 “증시 상황에 따라 스타일이 다른 펀드를 갈아타거나 자금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이수진 연구원은 “기존 엄브렐러 펀드가 주식형·채권형·머니마켓펀드(MMF) 정도로 구성됐다면 최근에는 해외 펀드를 포함해 갈수록 내용물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엄브렐러형이 ‘공격형 전환’ 펀드라면 ‘수비형 전환’ 상품도 인기다. 주식형 펀드로 운용하다 목표 수익률에 이르면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로 변신해 수익을 방어하는 ‘목표전환형’ 펀드가 대표적이다. KB자산운용이 지난달 10일 설정한 ‘목표 전환 혼합투자신탁’은 25일 수익률이 8%를 넘자 주식을 팔고 국공채를 편입했다.

이 회사 권문혁 상품전략팀장은 “채권에서도 수익을 내 만기 때 수익률은 10%를 넘을 것”이라며 “후속 펀드의 판매 여부를 묻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출시된 ‘현대 와이즈하이비전주식’ 펀드는 현재 수익률이 8.3%다. 이 펀드는 수익률이 15%에 이르면 채권형으로 변신한다.

목표전환형 펀드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올 들어 지수가 1200선을 고비로 올랐다 내렸다 하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오르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다시 급락하며 1200선이 붕괴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섞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섞어서 예상치 못한 맛(수익률)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매력 없는 음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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