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과 합당굳힌 조순 뒷수습에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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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은 7일 하루종일 뒤숭숭했다.

조순 (趙淳) 총재가 신한국당과의 합당방침을 거의 기정사실화하자 참았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져나왔다.

趙총재가 오전 북아현동 이기택 (李基澤) 전총재집을 찾아 '합당동참' 을 권유했으나 李전총재는 "난 안간다" 고 선언해 버렸다.

趙총재로선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다.

큰 타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민주당의 원주인인 李전총재가 세 (勢) 를 동원해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저지할 것같지는 않다.

李전총재의 입장은 한마디로 "합당을 말리진 않으나 가지도 않는다" 는 것이다.

李전총재는 먼저 '말리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趙총재가 잘했든 못했든 통합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됐다.

대선국면에 손놓고 구경만 할 수도 없고 차제에 많은 동지들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의 지지가 있을 때 정당이 있는 것이다.

"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 (신한국당에 가면) 머슴 노릇을 해야 하는데 가지 말아야지…. 정치가 하도 더럽고…, 힘도 없고 역할도 안된다" 고 말했다.

결국 李전총재는 '선대위원장' 정도 자리를 받고 덜렁 합당에 참여한다는게 내키지 않는데다 '승산' 이 불확실한 당에 섣불리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후 운신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히 합당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한계에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이면계약설' 까지 나돌고 있다.

오후에는 수도권 지구당위원장 40여명이 당사에 모여 지도부를 성토하는 대회를 가졌다.

"수십년동안 고생해 국회의원 한번 하려고 하는데 왜 승산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느냐" 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일부 위원장들은 성명서까지 돌릴 기세다. 趙총재의 또다른 고민은 이미 '단일후보 = 이회창' 이라는 등식하에서 협상이 전개되는데 따른 고민이다.

본인 스스로는 아직까지 후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분위기가 확 신한국당쪽으로 쏠릴 경우 후보는커녕 민주당 지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趙총재는 신한국당이 일단 선언적 합당만 한후 법적 절차는 대선뒤로 미루자는 주장을 하는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일단 이용만 하고 용도폐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각당의 당무회의 의결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한뒤 통합전당대회에서 후보와 총재를 선출, 법적절차를 끝내고 대선을 치르고 나서 지구당조직책을 선정하자는 주장을 향후 협상에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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