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위에는 풍금이 놓여 있었다. 강당 안으로 들어온 연사가 풍금 앞에 앉았다. “유관수~운 누나를 새~앵각 합니다.” 장난을 치던 꼬마 관객들이 풍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학교에서 처음 배운 노래예요. 이 노래를 배우면서 풍금을 처음 쳤죠. 이 낡은 풍금을 치면서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는 꿈을 매일 꿨어요, 아저씨는. 그리고 지금은 그 꿈을 이뤘어요.” 연사가 말했다.
‘함토벤’이라는 별명을 가진 함 교수는 지난 1월 ‘가난한 음악 소년’ 김은엽(16)군을 만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했었다(본지 1월 15일자 10면). 당시 기사를 보고 동창 김동기(52)씨가 함 교수에게 e-메일을 보냈다. 김씨는 “삼양초등학교 개교 50주년이 되는 해인데 후배들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은엽이를 만나고 저도 달라진 것 같아요. 어릴 적 저 같은 환경에 있는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싶어졌거든요.” 함 교수는 “3월 한국에 가면 모교를 방문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함 교수는 이 학교 김태수(59) 교장을 만난 자리에서 관현악반이 만들어지면 악기를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린 시절 제가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거든요.” 함 교수가 말했다. 김 교장도 “방과후 학교에 피아노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사교육에 맡겨진 음악 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포부였다. 피아노 10대는 동창회에서 기증하기로 했다. 윤창렬(56) 동창회장은 “우리 집 아이들이 어릴 때 쓰던 피아노부터 조율해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