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천 하천 구실 못해…하수차집관 설치후 물 거의 말라 흉물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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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백30만 대전시민의 '젖줄' 인 대전천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름만 하천일 뿐, 요즈음 같은 갈수기엔 흐르는 물이 거의 없이 흉물스럽게 바닥을 드러내 도시경관을 해치고 건조할 땐 먼지오염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6일 오전8시10분쯤 대전중구선화동 선화초등학교 옆 대전천 하상 (河床) 도로. 대전천 양쪽을 따라 설치된 하상도로에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너비 80m안팎의 대전천은 물이 거의 완전히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여름 내내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던 보리.밀.유채꽃은 물론 이름없는 잡풀들도 초겨울에 접어들면서 자취를 감추고, 대전시가 하상정비를 하며 채취해 놓은 모래.자갈만 산더미처럼 하천 곳곳에 쌓여 있었다.

더욱이 대전시는 대전천 둔치가 여름 홍수 때 며칠간을 제외하고는 연중 바닥을 드러낸다는 사실에 착안, 지난해 8월까지 영교~오정철교간 하천 양쪽에 총연장 4.5㎞의 하상도로 (편도 2차선) 를 만든 데 이어 다음달 개통예정으로 오정철교~한밭대교 구간 (1.5㎞)에도 하상도로를 건설중이다.

따라서 현재의 대전천은 '하천' 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도로' 에 더 가까운 셈이다.

택시운전사 김영길 (金英吉.46.서구둔산동) 씨는 "대전시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임시방편식으로 하상도로를 건설해 교통소통엔 다소 도움이 되지만 도시경관을 위해서는 하천엔 물이 흘러야 되는 게 아니냐" 고 말했다.

이처럼 대전천이 건천화 (乾川化) 한 것은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대전시가 지난 95년 하천 상류에 총연장 17㎞의 하수차집관을 설치, 생활하수와 유입수들을 모아 관을 통해 하류 (유성구원촌동) 의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92년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BOD) 이 42.4PPM으로 사실상 '죽은 하천' 이던 대전천이 하수차집관 설치 이후 96년 4.5PPM, 올해 3.5PPM등으로 수질은 크게 나아졌으나 하루 평균 12만9천t의 물을 차집관으로 빼앗기면서 갈수기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하천유량을 늘리기 위해 도수관을 통해 대청호물을 끌어오거나 하수처리장을 거친 물을 대전천 상류로 끌어올려 방류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대전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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