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남녀 공통점은 ‘인간’이라는 것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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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브레인 섹스
앤 무어 외 지음, 곽윤정 옮김
북스넛, 336쪽, 1만6000원

도발적인 책이다. 함께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일 뿐 남녀는 서로 다르다는 주장을 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재능이나 기술,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완전히 거짓말이라 단언한다. 남녀는 뇌의 기능과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며 이를 우열의 문제가 아닌 상이함의 문제로 접근하긴 한다. 그러나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는 주장이 대세인 21세기에 이 같은 주장은, 어쨌든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 쉽다.

지은이들은 영국 BBC방송의 프로듀서로 한 사람은 유전학 박사, 다른 한 사람은 생물학을 전공했으니 평범한 방송인은 아닌 셈이다.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은 다양한 실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뇌에 성별(性別)이 있다고 주장한다. 뇌의 같은 부분에 손상을 당해도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단다.

예컨대 우뇌에 손상을 입은 남성들은 공간지각 능력을 상실했으나 여성은 변화가 없는데 이는 뇌의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여성의 뇌는 좌뇌와 우뇌의 기능 분화는 덜 분명해 좌우뇌가 모두 언어 및 시간 능력을 담당하는 데 반해 남성의 경우 좌뇌는 언어능력만, 우뇌는 시각능력만 통제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단 이 같은 뇌의 성별은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이것이 남녀차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대신 남녀가 상대적으로 더 뛰어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상생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일러준다. 남녀의 상이함을 실증적 자료를 가지고 설명한 드문 책이다. 단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삶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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