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청와대…청와대,국민신당 지원 의혹 관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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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는 4일에도 겉과 속이 다른 분위기였다.

표면적으로는 김윤환 (金潤煥) 신한국당 선대위원장에게 이회창후보를 밀어 주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모습이다.

金위원장을 만났던 김광일 (金光一) 정치특보는 "金위원장에게 '밖에서는 이회창총재가 어렵다고 하는데 당내는 어떠냐' 고 당사정을 파악하려 했지 (李총재 지원에서) 손을 떼라고 한 적은 없다" 고 강조했다.

金특보는 "金위원장이 말한 내용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맞지 않다' '金대통령이 나에게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만남을 주선해 달라' 는 게 요지였다" 고 주장했다.

조홍래 (趙洪來) 정무수석은 "청와대는 신한국당의 사정에 관심이 없다" 고 못박으려 했다.

그만큼 金대통령의 이인제 국민신당후보 지원논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金대통령은 김용태 (金瑢泰) 비서실장을 통해 '언행 조심' 지시를 내려놓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이 청와대의 국민신당 창당작업에 대한 자금지원 의혹까지 제기하자 매우 곤혹스런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金대통령이 지금 형편에서 어떻게 자금지원을 해줄 수 있느냐며 국민회의측 주장을 부인했다.

그렇지만 내부의 기류는 딴판이다.

金대통령이 이인제후보를 밀어 주고 있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며, 어떤 형태로 지원해줄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金대통령이 자신의 신한국당 탈당문제도 '이인제 신당' 의 결성과 관련해 따져보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국민신당쪽에서도 자신들이 'YS신당' 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음을 걱정하고, 유념해 달라는 불만의 뜻을 청와대에 강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金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이런 궁금증에 대해 시원한 설명이나 입장표시가 없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대부분의 수석비서관들도 전문 (傳聞) 으로 金대통령의 심정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의 이런 어정쩡한 모습은 金대통령의 모호한 자세 때문에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정적으로 이인제후보를 지지하는 한 관계자는 "金대통령과 일부 고위인사들이 섣불리 개입하려 해 일만 그르친다" 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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