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Biz] 취업서 인생고민까지 … 큰형 같은 ‘CEO 멘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연세대 경영대는 지난해 3월 26일 대우관에서 동문 선배들과 신입생이 함께하는 ‘청출어람 멘토링제’를 열었다. 사진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손범수 아나운서가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세대 제공]


멘토인 서 대표는 “대학 생활은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때로 이를 잘 끼우면 그 뒤에도 인생이 자연스럽게 잘 풀린다”며 “지난 한 해 동안 새내기들과 멘토링을 통해 이들을 도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 사장을 멘토로 둔 권순우(20· 경영대 2학년)씨는 “지난해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네 번 만났다”며 “지난 학기 ‘영화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은 것도 서 선배의 조언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사장은 권씨에게 “영화·와인 등 다양한 문화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비즈니스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서 선배가 대학 1, 2학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며 “올해는 아모레퍼시픽 집무실에서 모임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멘토인 신용한 맥스창업투자 대표도 후배들에게 자신의 저서(『위기가 오기 전에 플랜B를 꺼내라』)를 소개하면서 조언한다. 기업 현장에서 생존과 경쟁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경영대 2학년생인 강동엽(21)씨는 “지금까지 선배와 다섯 번 정도 모였다”며 “만날 때마다 경영과학·조직행동과 같은 주제를 정해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면접이나 해외유학 등과 같은 인생 고민에 대해서도 조언을 듣는다”며 “기본 2년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4년 내내, 아니 평생 멘토-멘티로 지내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멘토로 처음 참여하게 된 허인철 신세계 부사장은 “후배들을 만나면 나도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한테 무엇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올드 세대로서 요즘 대학생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기업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세대의 멘토로 참여하는 동문 인사는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임주재 한국주택공사 사장, 허용석 관세청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 권승화 한영회계법인 대표 등 70여 명이다. 이들은 28일 서울 신촌 연세대 경영대에 모일 예정이다. 경영대 2009학번 후배 400여 명과 함께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이들은 교수 1명, 후배 10명이 한 팀을 이뤄 2년간 최소 연 3회 이상의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다.

경영학 교육 인증기관인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INTERNATIONAL)는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다른 대학이 벤치마킹할 우수 사례로 평가했다. AACSB-INTERNATIONAL은 5월 중국 상하이 푸단대에서 열리는 세계 경영교육 콘퍼런스에서 이 프로그램을 우수 사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학은 또 매년 각계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동문을 초청해 ‘연경리더스포럼’도 열고 있다. 3학점짜리 수업으로 진행되는 이 포럼은 ‘창조적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다. 지난해에는 정병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 구재상 미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이 일일교수로 참여했다.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학장은 “멘토링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리더십 양성을 위한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 신입생 전체를 멘토링하는 대학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선배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도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생 전체가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다른 대학들도 학교별로 독자적인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강대는 커리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증권사·언론사·법조계 등에 종사하는 선배들이 재학생 후배의 멘토가 돼 후배를 조언해 주고 취업을 돕는다. 숙명여대는 동문 경영인·공직자 등 각 분야의 지도급 인사와 학생을 연결해 준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