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월드컵축구]한일축구 2차전…'붉은악마' '울트라 닛폰' 성숙된 매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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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의 '붉은 악마들' 도, 일본의 '울트라 닛폰' 도 하나같이 질서를 지켰다.

경기시작 3시간전부터 벌어진 양국 응원단의 열띤 응원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발적인 응원이었지만 그 어떤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다.

1일 오후3시 초미의 관심을 끈 숙명의 축구 한.일전이 벌어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한.일 응원단을 비롯, 7만여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운집해 관중석은 그야말로 발 디딜틈도 없었다.

하늘에는 하얀 종이가루가 겨울의 함박눈처럼 흩날렸고 잠실벌은 천지를 진동하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코리아 화이팅,가자 월드컵 16강' 이라고 쓰여진 기구가 경기장 상공을 떠다녔다.

지난 89년 5월5일 한.일 정기전 (당시 1 - 0으로 한국의 승리) 이후 처음 잠실벌을 밟은 일본 대표팀과 응원단. 현해탄을 건너온 울트라 닛폰은 국기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닛폰' 을 외쳤다.

뒤질세라 홈팀 붉은 악마들도 일사불란한 응원전을 펼쳤다.

수백여명의 경찰은 일본측 응원단 양옆에서 두겹으로 '장벽' 을 쳤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일간 관계를 고려할 때 자칫 감정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중들은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시작전 양국 국가가 차례로 연주되었을 때 양국 관중은 서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국이 응원가를 부를 땐 일본은 조용히 이를 지켜봤고, 일본이 응원전을 펼칠땐 한국도 조용히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그만큼 짙게 깔려있었다.

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의 동반자로서 보다 성숙된 관계를 보는 듯했다.

양국 응원단 한켠에는 '2002년 월드컵을 한.일 공동번영의 계기로' 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양국의 언어로 쓰여져 내걸려 있다.

또 서로 감정을 부추기는 응원도 없었다.

상대방에 대한 그 어떤 야유도 없었다.

경기 시작전 전광판에는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일본응원단에 야유를 보내지 말자' 는 글씨가 아로새겨졌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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