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5000억원어치 누수, 합천댐 저수량 맞먹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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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겨울 가뭄이 봄까지 이어지면서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강원도 태백시 주민들. 한국수자원공사 태백권관리단이 광역상수도 공급량을 평소의 절반 수준인 하루 1만5000㎥로 줄이면서 1월 12일부터 두 달이 넘게 수돗물이 제한공급되고 있다. 고지대 주민들은 그나마 수돗물 구경하기도 힘들어 전국 각지에서 지원받은 생수와 페트병 수돗물, 급수차가 날라주는 물로 하루하루를 어렵게 넘기고 있다.

이같이 극심한 식수난에는 숨겨진 원인도 있다. 바로 수돗물 누수다. 2007년 말 현재 태백시의 수돗물 누수율은 전국 평균인 12.8%의 네 배에 가까운 46%. 정수장에서 생산·공급되는 수돗물의 절반이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땅속으로 새나가는 셈이다. 제한급수를 하는 요즘도 아까운 수돗물이 하루 수천㎥씩 사라지고 있다.

태백시에 따르면 총 321㎞에 이르는 태백시의 수도관 중 상당 부분은 50년 전 탄광개발과 함께 광산업주들이 무계획적으로 설치했다. 관리가 잘 안 돼 낡은 수도관 176㎞(전체의 55%)를 교체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재정 형편상 3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교체가 늦어졌는데 이번에 가뭄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태백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수돗물 누수율이 30%가 넘는 시·군이 38곳이나 된다. 경북 의성군의 누수율은 50%나 된다.2007년 전국 평균 누수율은 12.8%로 한 해 동안 7억3385만㎥의 수돗물이 새나갔다. 합천댐 저수량과 거의 맞먹는 양이다. 돈으로 따져도 연간 5239억9000만원이 땅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환경부 김종천 상하수도정책관은 “개별 시·군 단위로 수도시설을 관리하다 보니 부익부 빈익빈 상태가 나타나고 있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상수도는 사실상 방치상태”라고 말했다. 재정 여건이 나빠 낡은 수도관을 개량하지 못하는 시·군은 수돗물 누수로 손실이 늘고, 개선에 투자할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 수도요금도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도요금이 비싼 이유 중 하나가 수돗물 누수다. 강원도 정선군이 1426원(누수율 40.4%), 평창군 1094원(누수율 39.4%)으로 500원 안팎인 대도시의 배가 넘는다.그런 점에서 경남 마산시의 사례는 눈에 띈다. 2004년까지만 해도 40%가 넘었던 마산시 누수율이 지금은 29.7%로 낮아졌다.

마산시 정조현 수도기획계장은 “2005년부터 누수율을 20% 수준으로 낮추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나의 급수구역이었던 마산시 전체를 2011년까지 58개 구역으로 세분화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30개 구역에 대해서는 60여억원을 들여 수도관 개선·정비를 완료했다. 정수장과 각 급수구역을 독립된 수도관으로 연결, 한 급수구역에서 물이 새도 다른 급수구역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급수구역을 세분화함에 따라 수돗물 공급량이나 수압 조절이 쉬워 누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 계장은 “지난해 수도재정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단기 순이익이 40억원 발생했다”며 “2011년까지 60억원을 더 투입하더라도 몇 년 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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