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세계증시 폭락사태…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 공동대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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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뉴욕증시 주가가 크게 폭락했던 '블랙 먼데이' 10주년을 맞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 세계 동시 주가폭락은 경제의 기초조건과 금융.자본시장간에 생겨난 괴리에서 비롯된 성격이 강하다.

아시아국가들의 통화혼란은 달러화에 연계된 외환시스템 때문에 현지통화가 경제실력에 비해 과대평가돼 일어난 것이다.

홍콩의 주가폭락도 미 달러화와 연동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단기금리를 대폭 인상함으로써 촉발됐다.

이런 시장 왜곡을 틈타 투기자금이 밀려든 것이다.

미 주가도 오름세가 지나친게 아니냐는 견해가 그리스펀 미연방준비이사회 (FRB) 의장의 의회 증언등으로 상당히 확산돼 있었다.

최근 수년간 경제가 아무리 호황이었다 해도 2년 남짓동안 다우지수가 2배나 오른 것은 투자가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이런 의미에서 뉴욕 주가급락도 실물경제와의 괴리를 없애는 조정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혼란이 어느 정도에서 멈출 것인가에 있다.

주가는 일단 급락하면 매물이 매물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주식시장에 자금유입이 중지되고 연쇄적인 주가폭락을 통해 실물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하루에 다우지수가 22.5%가 떨어진 블랙 먼데이 당시에는 미 FRB가 필요할 경우 금융시장에 무제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진정됐다.

도쿄 (東京) 주식시장이 경제호황을 배경으로 급반등한 것도 사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 세가지 점에서 크게 다르다.

우선 미국경제의 성적이 성장률.실업률.인플레율.재정적자 모든 면에서 극히 양호하다는 것이다.

달러 환율도 실물경제와 괴리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은 여러가지 대응책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일본경제는 크게 악화돼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구조개혁이 이뤄질 전망이 불투명하다.

8년간 조정을 계속중인 도쿄 주식시장 기반도 여전히 취약하다.

셋째로는 아시아경제의 지위가 급속히 상승, 이번 통화위기에서 보듯 직접투자와 금융거래 등을 통해 세계경제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냉전붕괴 이후 세계 각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는 점점 심화되고, 투기자금을 포함한 자금의 이동에는 제약이 거의 없어졌다.

따라서 혼란 확대를 막으려면 각국 정부가 공조체제를 갖추고 기동력 있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는 주요 선진국 외에 중국을 포함한 주요 개발도상국의 참가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에서 일본의 책임은 무겁다.

아시아 통화위기의 배경에는 장기에 걸친 일본경제의 혼미와 엔화 약세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정부도 더이상의 불황과 주가폭락은 세계경제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각오로 2조엔 규모의 특별감세 등을 통해 되도록 빨리 일본경제를 내수주도의 성장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정리 = 이철호 도쿄특파원

<니혼게이자이신문 29일자 사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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