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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21세기 10대 과학기술']1.나노과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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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과학기술 분야는 최근들어 3~5년의 주기로 혁신이 일어난다.

새로운 이론과 발견이 세상을 알게 모르게 바꿔 놓는 것이다.

앞으로 3년이면 2000년, 유전자를 조작하고 원자를 응용하는 일이 일상화 된다.

이런 첨단기술은 과거와는 달리 바로 산업화와 직결되는가 하면 대학의 실험실을 벤처기업의 산실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요즘의 과학기술은 연구실의 고루한 내용이 아니라 21세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 기술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지식을 확대재생산해 학문과 산업에서 신영역을 속속 구축한다.

10년안에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10대 과학기술' 의 회오리와 그 충격을 알아본다.

"원자 하나하나로 기계를 만든다. "

"끝에 원자 하나가 붙을 정도의 극미세 침 (針) 을 제조한다. "

나노과학 (Nano Science) 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나노과학은 0.1마이크론 (㎛, 1마이크론은 1백만분의m)에서 0.1나노m (1나노m는 10억분의1m) 크기의 원자나 분자를 다룬다.

수소원자의 직경이 약0. 1나노m이므로 나노세계는 원자의 세계인 셈이다.

우리가 개념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원자나 분자를 자유자재로 응용하는 것이 나노기술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법칙과 현상을 다룬다.

나노과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80년대초 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과 AFM (Atomic Force Microscope) 이라는 주사 (走査) 원자현미경이 개발되고서 부터. STM은 미세한 탐침 (探針) 을 시료에 1나노m 이하로 접근시키면 전자가 탐침과 시료 사이를 통과하는 현상, 즉 전류가 흐르는 것을 이용한 현미경이다.

이 전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시료의 형상에 따라 탐침이 상하로 움직여야 한다.

표면을 주사하는 탐침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시료의 구조가 드러난다.

이들 현미경의 놀라운 점은 원자나 분자를 단순히 관찰만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원자를 끌거나 들어올리거나 화학반응을 일으키게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문에 나노기술은 앞으로 물리.화학은 물론 생물.전자.기계등 거의 모든 과학영역에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다.

실제 원자나 분자가 일으키는 화학반응을 추적해 냄새를 맡는 인공코가 실험중에 있으며 더 나아가 원자를 서로 꿰맞추어 원형미생물을 제조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 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출신으로 나노과학의 신봉자인 에릭 드렉슬러박사는 "21세기중 분자단위의 나노공장이 등장해 이산화탄소를 분해, 지구온실효과를 해결할 것" 이라고 예언을 할 정도다.

특히 기억소자의 혁신은 나노 연구자들을 흥분시키는 분야. 1990년 미국IBM의 아이글러박사는 초저온에서 27개의 크세논 원자를 일렬로 움직여 IBM 글자를 만들어 보였다.

이는 원자를 이용해 정보를 기억시킬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반도체는 나노기술에 의해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서울대 국양 (鞠樑) 교수 (물리학과) 는 "2010년께면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는 물질의 기본적인 한계에 직면해 더 이상 집적도를 향상시킬수 없을 것" 이라며 "원자의 전기적 특성을 이용한 나노기술이 이를 극복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의 나노과학은 이제 시작단계다.

과기처는 다음달 이 분야를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으로 정해 앞으로 연20억원의 연구비를 9년간 지원할 예정이다.

나노기술의 산업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 문을 연 것은 한국의 과학자였다.

스탠퍼드대학을 나온 한국인 물리학자 박상일 (朴尙一.39) 박사는 88년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자신의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STM과 AFM을 생산하는 PSI社를 설립해 또하나의 벤처신화를 창조했다.

장재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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