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찾아와요, 우리동네 사랑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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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행신동에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이웃과 소통의 공간이자 자녀교육의 열린 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 프리미엄 전영기 기자 ykooo@joongang.co.kr

 지난 1월 5일 고양시 행신동에 문을 연 작은 도서관이 눈길을 끈다. 문패는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 이웃 주민 11가족이 조합을 구성, 십시일반 돈을 모아 조성한 마을공동체다. 밖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잠시 들러 책을 읽으며 쉬기도 하고 엄마들의 수다 공간이 되기도 한다.

책이 있는 21세기 마을회관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은 마을 사랑방을 꿈꾼다. 이웃끼리 책을 통해 지혜를 키우고, 오순도순 삶의 재미를 엮어나간다. 이승희(43) 관장을 비롯해 11가족이 출자, 재정문제를 책임지며 운영하고 있다. ‘온가족 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이들은 물론 할머니·할아버지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이 관장은 “이웃이 모여 책을 읽으며 소통하고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했다”고 개관취지를 설명했다. 도서관에는 약 7000권의 각종 서적들이 구비돼 있어 책을 읽으며 함께 토론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갖는다. 또 ‘철학과 함께하는 수학’ ‘퀼트’ ‘떡 만들기’ ‘나들이 수업’ 등 원하는 강좌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전문성을 위해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며 11가족의 조합원들이 각자 전공을 살려 수업을 분담, 강의하고 있다. 이 관장은 생태·박물관 및 미술관 나들이 분야를, 김정선(43)씨는 논리와 논술·철학, 유인숙(43)씨는 역사와 논술·독서, 최난경(43)씨는 미디어·북아트·NIE를 각각 강의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교육 현장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씨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이웃들의 반응이 좋다”면서“강의시간에는 교사로, 일상에서는 이웃이자 엄마의 위치를 오가며 서로 깊은 정을 느낄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인성과 지성 함께 키우는 열린교육
  온가족 도서관의 또 다른 장점은 자녀들의 열린교육의 장으로 효과가 크다는 것. 일방적지식 전달이 교육현장의 일반적인 행태인 데 반해 이곳에서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동네친구의 엄마이자 선생님으로 아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책을 함께 읽으며 인성을 키우고 인문학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수상한 수학’이란 이름의 강의는 숫자가 없는 수학이다. 철학적 이해와 상식을 바탕으로 수학의 원리를 깨닫게 한다. ‘수학과 친해지기’위한 선행학습인 셈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학습과 놀이가 접목돼 공부는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허물고 있다. 도서관을 찾은 박소륜(성신초 4년)군은 “도서관에 오면 공부하는 것 같지 않고 노는 것 같아 즐겁다”고 털어놨다.

 이 도서관의 열린교육은 인성교육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이웃을 경쟁이 아닌 소통의 대상으로 인지하고 다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도서관 설립에 참여한 배용미(40)씨는 “아이들의 지식과 인성을 함께 키우는 멘토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승희 관장은 "도서관이 활성화 되면 청소년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 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 실시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031-972-5444(cafe.daum.net/funnytree)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952번지 세신훼미리빌딩 604호


프리미엄 이형열 기자 yeol7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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