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요법,증상개선 효과 있다…위약보다 효과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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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의사들의 외면을 받아온 대체의료가 과학의 실험대에 올랐다.

생의학 연구분야에서 세계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미국립보건원은 최근 대표적 대체의료의 하나인 동종 (同種) 요법이 실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의학전문지 랜시트에 발표했다.

동종요법이란 건강한 사람에게 특정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농도를 낮춰 같은 증상을 앓는 환자에게 투여하면 치료된다는 원리를 지닌 서양특유의 대체의료. 가령 겨자가스는 피부에 붉은 발진을 유발하는 유독물질이지만 이미 발진증상을 앓고 있는 피부병 환자에게 농도를 묽게해 투여하면 오히려 피부병이 치료된다는 논리다.

미국립보건원 대체의료국의 연구결과 이같은 동종요법이 밀가루나 맹물등 가짜약보다 2배나 높은 증상개선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동종요법의 효과가 단순히 심리적인 데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님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웨인 조너스박사팀은 이미 학계에 발표된 동종요법의 효능에 관한 논문 89편중 객관성이 충분히 입증된 26편만을 따로 골라 분석한 결과에서도 가짜약보다 1.6배 높은 증상개선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왜 동종요법이 이러한 증상개선의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동종요법에서 주로 애용하는 물질은 광물질이나 동식물에서 추출한 유독물질로 알레르기와 피부병.위장병등 다양한 분야의 질병치료에 응용된다.

과학의 잣대로 보면 동종요법은 터무니없는 이론. 일단 특정증상을 유발한 유독물질이 오히려 특정증상을 해결한다는 치료원리 자체가 비논리적이라는 것. 게다가 동종요법가들의 주장대로 농도를 묽게 할 경우 유독물질 본래의 화학작용을 담당하는 분자가 극미량에 불과해 실제 신체내에선 어떤 약리작용도 기대할 수 없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동종요법 애호가들은 동종요법의 작용이 분자의 화학작용이 아닌 원자의 물리작용이라고 설명하고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들이 효험을 보는 현상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동종요법은 우리나라에선 대체의료를 연구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자연치료의학회와 일부 자연요법가들에 의해 시행중이지만 서구에선 故 다이애너와 퍼거슨 왕자비도 한때 동종요법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널리 보급되어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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