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융가 새물결]생보업계 지각변동 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생보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집단부실' 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기존 생명보험업계의 자구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현대.LG.대우그룹등도 생보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기때문이다.

지난 8월 보험감독원은 89년 이후 신설된 18개 생보사에 대해 증자명령을 내렸다.

회사의 부실정도가 심하니, 주주들이 돈을 더 내서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라는 지시다.

이에따라 해당 신설 생보사들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임직원 1천7백33명, 보험설계사 1천1백99명을 감축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9개사는 증자계획을 발표했다.

동아생명이 3백억원의 증자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대신 (2백30억원).동양 (2백20억원).중앙 (1백90억원).신한 (1백30억원).한덕 (1백26억원).금호 (70억원).태평양 (50억원).태양 (50억원) 등이 증자를 완료했거나 절차를 밟고 있다.

신설 생보사들이 대대적 자구노력을 시작한 것은 몸집을 최대한 줄이지 않는 한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위기의식때문이다.

생보업계의 누적적자규모는 지난 3월말 현재 2조3천억원에 이른다. 지난 96사업연도 (96.4 - 97.3) 한해동안의 적자만도 9천6백64억원이었다.

전체 33개 생보사중 삼성.교보.대한.흥국.제일등 기존 5사와 프랑스 생명 등 외국사를 제외한 나머지 27개사가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신설생보사의 '지급여력 부족액' 은 97년3월 현재 1조6백25억원이다.

계약자들이 보험계약을 한꺼번에 해약하고 보험료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을때 이같은 거액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회사가 굴러가지만 고객들이 외면하면 문을 닫는 곳이 줄줄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때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국내 생보시장이 이처럼 황폐해진 것은 지난 89년부터 3년동안 27개의 생보사가 무더기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보험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에 맞서 정부는 국내 보험사를 같이 늘리는 작전으로 대항했다.

그 결과 외국사의 발목을 잡는데는 성공했지만 국내 생보사들도 출발부터 경영난에 허덕이게 됐다.

아예 지분을 능력있는 기업에 넘기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생보사도 나오기 시작했다.

선경그룹은 지난달 30일 'SK생명' 으로 상호를 바꾼 중앙생명을 정식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중앙생명의 실권주를 1백90억원에 취득, 지급여력 부족분을 해결한다는 조건이었다.

학습지 업체인 대교도 지난달 30일 지분 8.6%를 사들여 신한은행에 이어 신한생명의 2대주주가 됐다.

그동안 계열사등을 통해 특정 생보사의 지분을 확보해둔 재벌의 생보업진출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LG그룹은 현재 생보업 진출에 관한 세부작업 수립을 내부 연구기관에 의뢰한 상태다.

롯데그룹도 고액 보장성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합작사 설립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대우그룹등도 간접 지배관계에 있는 생보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구체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구본성 (具本星) 박사는 "인수조건이 까다롭고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지만 1~2년내에 대기업 중심으로 생보업계의 경쟁구조가 재편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박장희 기자

<시리즈 순서>

①마이크로금융시대가 왔다 (7월28일자 30면)

②커지는 은행가 고용불안 (8월4일자 30면)

③은행 목죄는 부실채권 (8월11일자 30면)

④달라지는 증권사 객장 (8월18일자 28면)

⑤많아진 금융기관장회의 (8월25일자 28면)

⑥본격화되는 종금사차별화 (9월1일자 28면)

⑦변화하는 증권사 임금체계 (9월8일자 28면)

⑧종금사 자금동원 조세피난처이용 (9월22일자 28면)

⑨외국수익증권, 새 투자처 각광 (9월29일자 28면)

⑩보험업계, 텔레마케팅 확산 (10월6일자 28면)

⑪해외자금도입도 쇼비즈니스 시대 (10월13일자 28면)

⑫증권사 국제영업 본격화 (10월20일자 28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