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비자금 수사유보' 법무장관-검찰총장 엇갈린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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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 비자금사건의 수사유보 결정과정에 대한 김종구 (金鍾求) 법무부장관과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의 설명이 크게 엇갈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수사유보 결정시점과 청와대 보고 여부에 대한 장관과 총장의 해명이 제각각이어서 진실이 무엇인가에 따라 수사유보 지시에 청와대등 외부세력의 입김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金법무장관은 25일 제주지검을 순시하면서 가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검찰의 수사유보 발표 전날인 20일 오후 집무실에 있는데 총장이 전화로 비자금 수사유보 내용을 보고해왔다" 고 말했다.

金장관은 이어 "보고를 받고 발표전에 청와대 비서실을 통해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며 "옆에 있던 최경원 (崔慶元) 검찰국장도 전화내용을 전혀 몰랐다" 고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장관의 이같은 설명은 金총장이 21일 오전 수사유보 결정을 발표하며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통해 밝힌 내용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金총장은 "검찰의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느냐" 는 질문에 "어느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았고 나와 검찰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법무장관에게는 어젯밤에 보고했고 장관도 검찰의 결정을 이해해줬다" 고 대답했다.

金총장은 이날 오후4시 대검 8층 회의실에서 전국고검장회의를 주재했다.

이어 오후6시20분부터 총장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7명의 고검장과 밀담을 나눈 뒤 오후9시쯤까지 만찬을 가졌다.

그러나 金장관은 이날 오후6시까지 집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金총장이 장관에게 보고한 시점을 놓고 장관과 총장중 적어도 한사람이 사실과 틀린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사유보 결정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느냐 여부도 두사람의 설명이 아주 판이하다.

金총장은 청와대보고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은채 "장관에게만 보고했다" 고 말하고 "그러나 장관께서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것" 이라고 추측했다.

반면 金장관은 자신이 대통령에게 총장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총장이 장관의 지시를 어기고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을 숨겼다는 말이 된다.

이에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유보 결정을 놓고 총장의 설명대로 총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외부 개입이 있었으며 이때문에 제대로 입을 맞추지 못한 장관과 총장이 시간이 흐르면서 제각각 다른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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