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평]현대성과 자아정체성…역자의 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의 문화적 상황은 전 시대와 크게 다르다.

최루탄과 돌이 난무하던 바로 그 거리에 지금은 개성을 마음껏 뽐내는 젊은이들이 넘실거리고 있다.

컨테이너가 질주하던 고속도로는 주말만 되면 도시의 삶에서 탈출하려는 승용차들로 넘쳐난다.

백화점에서 마련하는 각종 이벤트에는 주부들이 만원을 이룬다.

그런가 하면 TV의 아침 프로그램에는 파경 직전의 부부들이나 정신병 징후를 보이는 여성들이 나와 전문가와 상담한다.

투쟁의 80년대와 전혀 다른 이 새로운 문화적 풍경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기든스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독법 (讀法) 이 바로 자아 또는 자아 정체성이라는 독법이다.

그는 이 새로운 풍경이, 폭주하는 후기 현대의 삶, 그 속에서 현대인들이 의미있는 자아를 찾으려는 성찰적 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또 한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왜 하필 지금 이 자아 찾기가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을까? '현대성과 자아정체성' 은 이 질문에 대한 한가지 답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