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해태 우승하기까지…마운드 세대교체가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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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시리즈라는 거대하고 웅장한 산 위에 우아한 자태로 버티고 있는 고고한 소나무 한그루. 그리고 소나무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며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친 바위들. 소나무는 '최고의 승부사' 김응룡 감독이고 거친 바위는 패기만만한 호랑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시리즈 아홉번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달성하며 프로야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지난해 패권을 거머쥐었던 해태는 올해도 우승 후보 0순위였다.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해태는 3위권 밖으로 한번도 밀려나지 않은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7월17일 수원 현대전에서 5 - 2로 승리하며 1위를 탈환, 시즌 막판까지 탄탄대로를 달리며 75승1무50패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의 세대교체가 큰 힘으로 작용했다.

지난해까지 해태 투수진은 선발에는 조계현과 이강철, 마무리에는 김정수에게 무게중심이 쏠린 트로이카 체제였다.

그러나 올해는 그 중심이 이대진.김상진.임창용등 젊고 싱싱한 선수들로 옮겨졌다.

특히 이대진은 팀내 최다인 17승을 올리며 확실한 에이스 자리를 굳혔고, 40세이브포인트를 기록한 임창용도 마무리 김정수의 부진을 완벽하게 메우며 든든한 소방수로 떠올랐다.

이밖에도 30 - 30회원 '야구천재' 이종범과 20 - 20회원 홍현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내야를 이끌었고, 겁없는 새끼호랑이 김창희와 LG에서 이적한 최훈재가 외야에서 멋진 플레이를 펼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시멘트처럼 단단한 팀웍을 갖춘 해태에 한국시리즈는 해태를 위한 가을의 축제였다.

1차전을 제외하고 3, 4, 5차전 모두 선취점을 빼앗기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폭포수같은 타선의 응집력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선배들이 세운 한국시리즈 불패신화의 전통을 지키려는 해태의 놀라운 정신력. 바로 해태 우승의 원동력인 것이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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