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타디움 7회 공수 교대 때 나온 음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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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미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이 열린 LA 다저스타디움. TV 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국내 야구팬들은 7회 초 미국의 공격이 끝나고 TV 화면에 등장한 낯선 장면에 어리둥절했다. 헤드폰을 낀 사람이 일렉트릭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 장면이다. 국내 야구장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이때 연주된 음악은 미국 야구팬들이라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노래, 오르간 반주에 맞춰 팬들이 부르는 ‘야구 경기에 데려가요’(Take Me Out the Ball Game, 1908년)다. 메이저리그의 7회 공수 교대시 스트레치 타임에 흘러나오는 음악이다.


미국의 야구장에는 대부분 경기 시작전이나 투수 교체 등으로 경기가 중단될 때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전속 오르가니스트가 있다. 소속팀의 주제가나 응원가, 또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음악을 연주함으로써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경기 중단에 따른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소속팀 가운데 오르가니스트를 처음으로 고용한 팀은 시카고 컵스다. 1941년 전용 구장 리글리 필드를 마련하면서 같은 해 4월 26일 최초로 오르간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때부터 ‘야구장 오르가니스트(ballpark organist)’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났다. 1970년대 중반 미리 녹음된 팝음악이나 록음악에 밀려나기도 했지만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다저스타디움은 2004년 라이브 오르간 연주 회수를 줄였다가 팬들의 항의로 원상 복구했다.

뉴욕 메츠가 메이저리그에 합류했을 때 나온 테마송 ‘메츠를 만나요(Meet the Mets)’도 매우 유명하다. 메츠는 1986년 월드 시리즈를 위해 ‘레츠 고 메츠(Lets go Mets)’라는 노래도 만들어 불렀다.

오르가니스트는 소속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그 선수에 해당하는 ‘시그널 뮤직’ 또는 ‘주제가’를 연주한다.그래서 음악만 들어도 지금 누가 칠 차례인지 알 수 있다. 1970년대에는 오르간 연주가 경기 관람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오르간이 설치되기 전인 1800년대에는 브라스 밴드가 연주하면서 관람석을 한바퀴 돌았다.

요즘엔 라이브 연주보다는 DJ가 틀어주는 CD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타자가 원하는 록음악이나 랩을 틀어주기도 한다. 현재 야구장에 오르가니스트를 고용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팀은 12개. 하지만 야구팬들은 CD보다는 라이브 연주를 좋아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다저스타디움 오르간 연주 들으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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