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호황 '노세일 브랜드'…신뢰성 제고 통한 단골 확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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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다들 세일하는데 1만원만 깎아 주세요. " "미안합니다.

우리 브랜드는 정상품 세일은 않습니다."

불황으로 신제품 출시 직후 20~30%세일이 일반화된 의류업계에서 '노 세일' 을 고집하면서도 호황을 누리는 업체들이 있어 화제다.

여성캐릭터류인 타임.데코.96NY.오브제.윈과 캐쥬얼류의 닉스.GV2.베이직.빈폴등이 대표적인 예. 이들은 특히 입점 백화점측의 압력 (?

)에도 아랑곳 않고 고객층.디자인 차별화 전략을 밀어붙여 세일 브랜드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H.D사의 경우 백화점 세일기간중 세일을 하는 브랜드보다 매출성장률이 10%포인트이상 높아 백화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백화점측은 이들의 인기가 높자 '자사카드 우대' 란 형태로 일부 비용을 백화점측에서 부담하며 5~10% 정도 할인해주고 있으나 회사측은 할인판매를 않는다.

가격대는 바지.자켓등이 10만원~40만원대로 중.고가가 대부분이다.

노 세일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한섬의 이주호 (李柱昊.39) 마케팅부장은 "고객들에게 '싸게 파는 물건이 아니다' 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단골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를 감질나게 만드는 다품종.소량생산도 희소가치속에 만족감을 주는 노세일의 마케팅전략이다.

G백화점 관계자는 "세일기간에 의류가격 할인폭이 50%가 넘는 곳도 있어 가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데 반해 노세일 브랜드는 '제값 한다' 는 믿음이 있어 오히려 잘 팔린다" 고 말했다.

실제로 세일 브랜드는 정상가 판매율이 20%미만인데 비해 노세일 브랜드는 60~80%에 이른다는 것. 물론 전혀 싸게 팔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전체 물량중 20~30%가 재고로 남는데, "이월상품에 한해 1년에 한두차례 할인판매를 실시하거나 아니면 직영할인매장에 넘긴다" 는 것. 하지만 신제품을 금새 세일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반대로 노세일을 고수하다 불황에 못견뎌 세일에 참가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지난 7월 11년만에 처음 세일에 들어간 일경물산의 '게스' 가 대표적이다.

'인터크루' 도 같은달 출시 7년만에 세일에 들어갔고 '마르떼프랑소와 저버' 도 역시 할인판매에 나섰다.

이들은 세일을 통해 재고처리등 재미를 보았지만 기존 고객들의 반발과 이미지 저하로 게스는 다시 노세일로 전환했고 나머지도 고심하고 있다.

노세일을 찾아보기 힘든 남성복에서는 쌍방울의 다반.인터메조가 노세일을 지속하다 지난해 신제품출시와 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처음 세일을 했지만 올해 다시 노세일으로 선회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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