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농고 출신 우성용 이기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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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학교는 걸출한 선수를 많이 배출했다. 월드컵 스타 이을용(29).설기현(25) 선수는 제일고 출신이고, 포항 스틸러스의 간판 스트라이커 우성용(31) 선수는 강릉농공고를 나왔다.

이들에게도 두 학교의 라이벌 전은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한결같이 "요즘도 시간이 나면 경기장에 간다"고 했다. 벨기에에 진출한 설 선수는 마침 올해 시합이 휴가 중에 열려 응원 갈 예정이다. 현재 강릉에 머물고 있다.

선배들이 기억하는 시합은 한마디로 '격렬했다'였다. 이을용 선수는 "고3 때 후반전이었는데, 공은 놔두고 서로 사람만 차서 후반 종료 20분을 놔두고도 게임을 그냥 끝냈다"고 회상했다.

우성용 선수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선수단 숙소 습격 사건'을 들었다.

"1989년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져서 어깨가 처졌죠. 숙소에서도 잠이 안 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 갑자기 졸업한 선배들이 술냄새를 풍기면서 숙소로 들이닥쳐서는 '진 놈들 때려줘야겠다'는 거예요. 놀라서 도망쳤죠."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같은 일은 사라졌다. 우 선수보다 6년 후배인 설기현 선수는 "그런 일은 그냥 얘기로만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 전 감독.교사.동문 선배들이 주는 부담은 여전했다. 설 선수는 "모두들 '꼭 이겨라'고 하는 통에 경기 일주일 전부터는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당시 깡마른 체구였건만 시합을 앞두고는 살이 더 빠졌다고.

그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을 경험했기에, 이번 시합에서 뛸 후배들에게 하나같이 "부담 갖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이건 또 웬 말. 승부 예상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이 이랬다.

"요즘 전국 대회 성적을 보면 객관적 전력이 농공고가 한 수 위인데 당연히 이길 테지요."(우성용 선수)

"뭐, 조금 약하다지만…. 라이벌전에선 정신력이 크게 작용하니까…. 설마 지기야 할라고요."(설기현 선수)

역시 그들도 동문 선배였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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