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강릉 농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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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전의 날을 앞두고 양교 학생들의 응원연습도 총력전에 돌입했다. 농.상전 응원의 꽃은 양교 재학생들이 펼치는 보디 섹션. 몸으로 하는 카드 섹션이다. 사관학교 매스 게임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일사불란한 응원이 펼쳐진다. 배꼽을 드러내 보인 왼쪽이 강릉 농공고, 오른쪽은 강릉 제일고 학생들.

"장사 하루 이틀 합니까. 최소 2개 중대는 경기장에 배치해야지."

"…."

"싸움 나는 거 한두 번 봤냐고. 요즘에야 잠잠하지만 또 뭔 일이 생길지 모르잖습니까."

"교통 기동타격대도 출동시키세요.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아시겠어요, 전쟁이에요 전쟁!"

지난 18일 강릉경찰서 간부회의 모습이랍니다. 문틈으로 슬그머니 엿보던 저는 화염병 시위나 대형 참사 대책회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축구 시합 때문이랍니다. 그것도 고등학교 간의 축구라니….

하지만 얘기를 들어 보니 수긍이 갔습니다. 강릉농공고와 강릉제일고(전 강릉상고) 간의 축구 정기전인 '강릉 농.상전'(교명이 바뀐 제일고가 주최하는 올해 공식명칭은 일.농전)이 벌어지는 날만큼은 강릉이 두 쪽으로 쪼개진답니다. 응원을 하느라 부부간에도, 부자간에도 팽팽하게 맞선다더군요. 강릉 인구는 고작 23만명인데 경기장에 무려 4만명이 몰린다니 기가 찰 노릇이죠. "조용필이나 서태지가 무료 콘서트를 해도 이만큼 안 모인다"니 '유로 2004'로 난리가 난 유럽에 뒤지지 않겠죠.

그래서 week&이 축구 전쟁을 앞둔 강릉을 샅샅이 살펴 보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대결의 날을 세우면서도 두 학교는 은근히 서로를 위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30년 가까이 치고 박고 싸우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때문일까요. "농.상전은 진정한 강릉 시민의 축제"라는 한 시민의 말이 실감났습니다. 외지 관광객을 겨냥한 '급조 축제'와는 다르다는 자부심도 느껴졌습니다.

지난해까지 일곱번 연속 무승부라 이번엔 승부차기를 해서라도 끝장을 본다니 더욱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강릉에 한번 가시겠어요. 26일 바로 내일이랍니다.

글=신은진 기자<nadi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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