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이력추적제 효과·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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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쇠고기 이력추적제는 수입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거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도축·유통되는 쇠고기를 줄이는 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축산물등급판정소 정진형 이력관리팀장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의 질병이나 안전 문제가 생길 경우 이동단계를 추적해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다”며 “유통의 투명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소 혈통 관리를 통해 품질 개량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광우병 파동이 일었던 만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한우를 살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농민과 판매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담보돼야 한다. 소 사육농가는 영세하고 고령층인 경우가 많다. 관련 정보에 어두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상당수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6월 22일부터는 의무사항을 위반하면 벌금이나 과태료를 문다. 유예기간을 뒀음에도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농민이 속출할 수 있다. 축협 관계자들은 “3개월 뒤면 신고 안 하면 큰 돈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정육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도를 잘 모르거나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정부가 동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개체식별번호 자체가 잘못되면 이력추적제는 무용지물이다. 대형 마트는 회사 차원에서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지만 정육점이나 중간 상인은 손으로 번호를 적거나 개인적으로 서류를 만들면서 실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식별번호를 조회할 때 오류가 나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검증 작업이 만만찮다. 축산물등급판정소가 도축 과정에서 확보한 DNA 시료와 판매 쇠고기가 일치하는지 수시 점검해야 거짓 정보가 나돌지 않는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주로 단속에 나설 예정인데, 한정된 인력으로 DNA 대조작업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됐지만 위반 업소는 요즘도 단속에 적발되고 있다.

사육단계에서 개체식별번호가 위·변조돼 엉뚱한 소에 붙어 유통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를 완벽하게 막으려면 태어나 자라는 소의 DNA까지 채취해놨다가, 나중에 비교해야 하지만 너무 방대한 작업이라 도입하지 못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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