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황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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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호 02면

강물은 겨울을 흘려 보내고 황어는 봄을 끌고 옵니다. 섬진강에 황어가 올라와야 지리산 매화가 핍니다. 섬진강이 바로 지리산입니다. 빛이 출렁이고 물결이 날리는 바람 거센 날, 화개천이 강물과 한 몸을 이루는 여울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견지낚시꾼입니다. 산란하러 강을 오르는 황어를 낚아채야 봄을 낚는다는 낚시꾼의 말을 보면 봄은 참 다양하게 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여울에 몸을 담고 줄을 흘리고 낚아채는 손맛에 저항하는 황어의 몸부림이 처절합니다. 생사의 줄다리기에 여린 낚싯줄이 팽팽합니다. 잡겠다는 이와 살겠다는 이의 다툼이 만만치 않습니다.

섬진강은 살아 있습니다. 절로 살아 숨 쉬는 강입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많은 생명의 왕성한 활동이 강과 산을 우리 앞에 펼쳐 놓고 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겁니다. 흐르는 강은 흐르게 두어야 합니다. 매화꽃이 피고 지고, 황어가 죽고 살고, 봄은 오고 가고. 그 와중에 냄비가 끓기 시작합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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