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종합병원 입원환자 가족들 주차료 너무 비싸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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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영남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시아버지를 두달째 간호하고 있는 金모 (42.여.대구시북구산격동) 씨는 입원비말고도 한달 평균 20만원이나 되는 주차료때문에 허리가 더욱 휜다.

金씨는 오전 시간과 밤에 간호를 맡고 오후에는 집안 일을 돌보기위해 남편과 3~4시간 교대한다.

바로 오후 시간 남편이 병실을 지키는 동안 무는 주차료가 한달 평균 20만원이나 되는 것이다.

金씨는 "입원비에 주차료까지 물어 부담이 보통 큰 게 아니다" 며 "입원환자 가족의 주차료를 면제하거나 내려 달라" 고 요구했다.

대구지역 경북대.영남대.동산병원등 종합병원 입원환자 가족들이 이처럼 "주차료가 너무 비싸다" 며 요금면제나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병원들이 간호사 부족을 이유로 간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가족들이 환자를 돌볼 수 밖에 없는 만큼 입원.진료비외에 주차료를 무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95년부터 종합병원 주차장이 유료화된 이후 30분에 7백원씩 받던 주차요금을 지난 7월부터 30분까지는 8백원, 그리고 10분 초과마다 3백원씩으로 더 물도록 하자 주차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경북대.영남대등 환자 가족 7천8백70명은 "병원 주차장은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것인 만큼 입원환자 가족의 주차료는 면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며 자신들이 서명한 주차요금 면제청원서를 20일 대구시의회에 냈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회 산업위원회는 이날 청원을 심의했으나 "병원 주차장의 주차요금은 법령상 병원측이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다 대구시가 정한 주차요금 상한선을 넘지 않아 인하요구를 하기는 어렵다" 는 입장과 "문제가 있다" 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른 지역 병원이나 외국병원의 사례를 검토한 뒤 요금인하 권고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종합병원들은 "요금을 면제하거나 인하하면 2백~7백여대분의 주차장이 입원환자 가족들의 장기주차 차량들로 가득 차게 돼 하루 2천~3천여명의 외래환자들은 이용하지 못할 것" 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면제나 인하가 어렵다" 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자 가족들은 "다음 회기때에도 의회가 나서지 않을 경우 입원환자 가족의 요금면제나 할인 조례제정을 청원하는 등 주차료의 부당성을 문제삼을 것" 이라고 말해 병원 주차요금을 둘러 싼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 = 홍권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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