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너무 늘리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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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10시쯤 인터넷에 뜬 보고서 한 건에 정부와 은행권이 발칵 뒤집혔다.

‘2010년까지 국내 18개 은행이 42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는 신용평가사 피치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보고서였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악화된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예상해보는 것을 가리킨다.

정부와 은행권은 다음날 새벽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의도가 불순하고 불공정하며 비합리적인 보고서’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은행연합회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코노미스트가 피치 한국사무소의 금융담당 애널리스트 장혜규(사진) 이사를 만났다. 장 이사는 “예측도 아닌 스트레스 테스트에 정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 경고를 울린 것”이라며 “경고를 거부한다면 그 시스템은 건전한 시스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장 이사와 일문일답.

-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스트레스 테스트는 비관적인 시나리오 아래 이뤄지는 테스트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예상 손실과 구별해야 한다. 시끄럽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언론사에 자료를 배포하지도 않았다.”

- 왜 이런 보고서를 발표하게 됐나?
“홍콩도 했고 베트남, 대만도 했다. 아시아 각국을 돌아가면서 점검하는 차원이다.”

- 정부나 은행권이 화가 많이 났다.
“결과적으로 보면 외환위기 때 충격의 절반 정도를 가정한 셈이며 그런 가정이 그렇게까지 무리한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번 보고서는 예측이 아니라는 점이다.”

- 그래도 가정이 가혹하다는 불만이 많다.
“피치에서 설정한 가정이 적절하다고 본다. 일부에서 우리가 내년까지 경제성장률을 -2.5%로 가정했다고 하는데, 보고서를 봐라. 그런 가정은 하지도 않았다.”

- 정부가 과민 반응한다고 보나?
“정부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성숙했다는 느낌이다.”

- 한국 정부는 은행 자본을 확충해주면서 금융 구조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 대책은 긍적적으로 본다. 다만 정부 지원의 성격에 따라 은행 신용등급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은 장기적으로 외부 지원을 배제한 자체의 신용도가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 다른 문제는 없나?
“정부가 자꾸 은행에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하는데, 잘 통제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중소기업 대출이 다 성공적이고 안정적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에서 은행을 너무 압박하면 나중에 원했던 바가 아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pin21@joongang.co.kr

* 이 인터뷰 기사 전문은 3월 23일 발매되는 중앙일보의 경제위클리 이코노미스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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