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뚫고 돌아온 대성동 개…발톱 닳은채 8일후 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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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군인에 의한 홍승순씨 모자납치로 관심이 쏠렸던 비무장지대안 대성동마을에서 새끼를 밴 상태로 외지로 팔려나간 생후 5개월 된 황구 (黃狗)가 8일만에 집으로 되돌아와 화제가 되고있다.

특히 대성동마을은 임진강이 가로놓여 있고 철책선이 겹겹이 둘러쳐져 사람의 통행이 자유롭지 못한 휴전선 인접마을이어서 황구의 귀가는 주민들에게 더 큰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마을 주민 정순자 (50.여) 씨가 집에서 기르던 황구 '곰' 을 판 것은 지난 8월14일. 정씨는 집에서 기르던 개 한마리가 야산에서 뛰놀다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자 5년째 애지중지 길러온 '곰' 을 파주시문산읍내 김모 (50) 씨에게 10만원을 받고 팔았다.

그런데 8일째만인 지난 8월22일 어둑어둑 해가 넘어갈 무렵 요란한 개짖는 소리와 함께 문산으로 팔려간 '곰' 이 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곰' 은 팔려간 다음날 아침 김씨가 먹이를 주려는 순간 개집을 박차고 나와 귀가길에 올랐다.

1주일동안이나 산야와 거리를 헤매느라 양발톱이 모두 닳아 없어지고 몹시 지친 모습으로 절룩거리며 '곰' 이 귀향한 것이다.

"만삭이 돼 배가 불룩해진 몸으로 나타나 반갑다고 '컹컹' 대는 곰을 보는 순간 놀라움과 미안한 마음이 일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고 정씨는 당시를 기억했다.

주민들은 개가 화물차 짐칸에 실려나갈 때 눈여겨 봐뒀던, 대로차량들이 통행하는 자유의 다리를 건너 대성동 마을로 난 길을 따라 돌아왔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곰' 은 지난 7일 자신을 팔아버린 주인에 대한 섭섭함을 거둔채 강아지 10마리를 낳아 주인에게 이중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파주 =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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