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이회창총재…후보교체론,검찰 김대중총재 비자금수사 유보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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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신한국당총재는 지금 격랑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파고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는 새당사 입주를 계기로 선대위를 발족 (22일 예정) 시키고 분위기를 일신하려 했다.

그는 후보 교체론에 대해서도 20일 "용납 절대불가 (不可)" 라는 울타리를 쳤다.

그러나 그의 희망은 무시되면서 상황은 꼬여만간다.

21일엔 그의 국회 대표연설중 검찰총장이 DJ비자금 의혹 수사유보를 발표한 일이 발생했다.

그가 구정치 청산의 명분으로 던진 승부수가 무산쪽으로 흐르는 것이다.

또 후보교체론의 파고는 수그러들줄 모른다.

주변상황은 이처럼 위협적으로 치닫지만 그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李총재는 교체론의 근거가 된 지지율 3위에 대해 이런 생각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반드시 국민의 후보 선호도로만 볼 수 없다.

상당부분은 현정부의 실정 (失政) , 경제추락, 여당의 집안싸움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폭발한 것이다.

즉 국민의 감정지수 (指數) 다.

대선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국민의 최종 후보선택은 여론조사와 다를 수 있다.

" 후보교체론에 대해 그의 심경은 이렇다.

"지지율 하락이 어디 나의 책임뿐인가.

후보를 뽑아놓고 언제 당이 단합해 밀어본 적이 있는가.

모든 게 공동책임이다.

그런데도 무책임하게 후보교체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제 교체를 원하는 세력은 얼마가 됐든 당을 떠나야한다.

" 그는 '선대위 발족→응전분위기 확산→역전시도' 라는 구상을 밀어붙인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李총재는 측근의원등을 통해 의원.지구당위원장들이 그룹별로 '李후보중심 필승결의모임' 을 갖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후보교체론이 만만치 않아 이 일이 제대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검찰 수사 유보를 놓고 당내에선 "金대통령이 李총재에 대한 지원을 거둬들인 것 아니냐" 는 의구심이 늘고 있다.

李총재 주변에는 "더이상 YS에 연연해 하지 말고 강한 차별화로 승부해야 한다" 는 의견이 많다.

李총재의 대응이 어느 정도나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그의 투쟁의지는 상당한 것같다.

한 핵심측근은 "李총재는 대선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명예롭게 인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의가 굳다" 고 소개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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