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교 밖 청소년’ 품어줄 대안학교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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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경제위기가 우리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먹고살기 바쁜 어른들이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집과 학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청소년이 날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정부 통계에 잡힌 숫자만 7만여 명에 달한다. 중·고교 중퇴자인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라곤 시급 3000원짜리 편의점, 주유소 아르바이트가 고작이다. 그걸로 숙식을 해결하기 힘드니 성매매·폭력 등 범죄와 탈선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더욱 가혹한 건 이들에겐 꿈꿀 수 있는 미래조차 없다는 것이다. 대졸자도 변변한 직업을 구하기 힘든 판이니 저학력 청소년들은 영원한 낙오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가장 좋은 사회안전망은 교육 기회를 열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학교로 되돌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본지에 사연이 소개된 서연이만 해도 경찰과 후원자가 나서 수차례 애걸한 끝에 겨우 한 학교가 복학을 허락했다. 거리의 청소년 모두가 서연이처럼 운이 좋을 순 없다. 설사 복귀한다 쳐도 학업과 담쌓았던 아이들이 입시 위주로 빡빡하게 돌아가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충남도가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내년 3월 개교 목표로 ‘청소년 대안교육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의미 있는 사업으로 반갑기 짝이 없다. 부모의 이혼과 실직, 학교 폭력 등으로 충남에서만 지난해 1698명의 중·고생이 학업을 중단했다. 하나같이 정규 학교 체제에선 버티기 힘든 아이들이다. 센터는 기숙사를 지어 숙식을 해결해 주는 한편 예체능 등 인성교육 중심의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전 학교들의 동의를 얻어 중·고교 졸업장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상급 학교로 진학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현재 이와 유사한 민간 대안교육 위탁센터는 전국에 94개로 총 7800여 명이 다닌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광주 용연학교가 좋은 사례다. 정규 교과 외에 사진·원예·봉사 등을 가르치는 이 학교는 원래 다니던 학교로의 복학을 돕고 일정 과정을 마치면 졸업장도 준다. 이런 학교가 최소한 시·도마다 하나씩은 설립돼야 한다. 이른바 대안학교 중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미인가 시설이 많고, 일부는 고급 사립학교의 성격을 띠어 저소득층 중퇴생들에겐 도움이 안 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품어줄 학교를 더 늘려야 한다. 가난하다고 꿈까지 빼앗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