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싱가포르 배우자"…중국반환이후 경제·사회 위축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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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홍콩이 싱가포르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홍콩은 중국반환 이후 위축되고 있는 산업 회생과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비슷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기로 한 것. 지난 9월초 싱가포르를 방문한 홍콩의 둥젠화 (董建華) 행정장관은 리콴유 (李光耀) 전 총리와 고촉동 (吳作棟) 총리를 만나 양측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상호정책자문을 약속했다.

董장관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는 주택과 교육문제. 두 도시는 비슷한 인구밀도를 갖고 있지만 싱가포르의 주택보유율이 90%에 이르는 반면 홍콩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

董장관은 싱가포르를 연구해 주택보유율을 향후 10년안에 7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홍콩은 국제학력경시대회 수학및 과학분야에서 줄곧 최상위권를 차지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교육에서도 배울점을 찾고 있다.

홍콩은 과학기술 교육이 국제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첨단분야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의 李전총리는 이같은 홍콩의 싱가포르 배우기에 대해 "아마도 홍콩이 지금까지의 자율적인 사회운영보다는 싱가포르식의 규율과 질서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 이라고 해석했다.

싱가포르 방식의 지지자들은 싱가포르가 적절한 사회규율을 통해서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국가를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기업활동에 편리한 환경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통제방식을 홍콩에 적용하는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싱가포르의 성공은 통제와 규율에 의한 것" 이라며 "개방화와 다양성 존중에 기반을 둔 홍콩이 싱가포르의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넌센스" 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양측이 서로 배울 것이 적지 않겠지만 전혀 다른 배경에서 출발한 두 도시가 같은 길을 가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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