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를 받았을 당시 난 회사를 두 번째 옮긴 상태였다. 너무 어린 나이에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두 번째 회사생활도 그다지 활력소를 주지 못해 무료함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전화나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로의 마음이 통했던지 그날 그녀와 바로 만났고 이후 여러 번의 만남을 이어갔다. 호기심 반 기대 반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사건이 하나 터졌다. 아산에서 꽤 유명한 축제인 성웅 이순신 축제가 열렸고 그녀가 보고 싶기도 해서 전화를 했다. 축제 때문에 기분이 들떴는지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가 정색을 한 탓에 너무 놀랐다. 한편으로 자존심이 상한 건 두 말할 필요도 었다. 그래서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날 이후 한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가끔 ‘내가 너무 했나’라는 마음도 들고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가 연락을 끊은 지 2년쯤 지난 지난해 5월. 휴대전화로 한 통의 문자가 들어왔다. 그녀였다. ‘잘 지내느냐’는 안부였다. 그녀도 지금까지 내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이었다.(그런데 왜 그때는 매정하게 손을 뿌리쳤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날 이후 우리는 다시 연락을 했고 만남도 이어갔다. 그런데 웬일인지 처음 봤을 때보다 더 괜찮은 것이 아닌가? 느낌도 좋았고 그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녀를 만났다. 매일 보지 않고서는 잠을 못 이룰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때를 놓칠 수 없었다. 땅끝마을부터 정동진까지 여행도 많이 다녔다. 그러면서 정이 많이 쌓였다. 뒤돌아서면 곧바로 보고 싶고 안 보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결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녀에게 결혼얘기를 처음으로 꺼낸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녀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는지 당황해 했다.(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법!) 그 때부터 세뇌를 시켰다. 우리는 꼭 결혼할 것이라고. 결국 그녀는 내 손을 잡아줬고 결혼을 하기로 했다. 결혼식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프러포즈를 하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깊고 넓고 따뜻하다고 전해주고 싶다. “수민아~ 사랑해~”
-일시 : 2009년 3월21일 낮 12시
-예식장 : 온양그랜드호텔
-신랑 : 이재호(27·현대자동차)
신부 : 홍수민(27·아산현대병원)
-신랑 부모 : 부 이완열(동민낚시터 대표) 모 박선미
-신부 부모 : 부 홍봉기(한전 성환서비스센터) 모 이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