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살해는 "美 돕지마라" 경고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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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一神).지하드'가 김선일씨를 참수한 것은 국제테러세력의 계산된 전술로 보인다. 지난 5월 11일 미국인 닉 버그를 참수한 다음 이번엔 보다 강도를 높여 미군의 이라크 점령을 돕는 동양인을 참수해 동맹국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이라크 전략연구소 사둔 둘라이미 소장은 22일 밤 전화통화에서 "이제는 아무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달말 주권이 임시정부에 이양된 이후에도 계속 주둔하게 될 다국적군 파병국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경제재건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의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고 둘라이미 소장은 설명했다.

요르단 중동연구소 자와드 알하마디 소장은 "일신.지하드는 한국정부의 답변 시한을 24시간으로 기존의 일본 납치범들에 비해 짧게 제시했다"며 "이는 애초에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제시해 처음부터 한국의 추가파병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처참하게 살해하기로 작정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또 닉 버그 때와 똑같은 같은 방법과 절차를 이용해 살해함으로써 자신들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려 했다고 할 수 있다.

소장은 특히 "지난 달 버그 참수에 이어 지난 19일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인을 참수한 것에 대꾸하듯이 알카에다 조직이 이라크에서 다시 인질을 참수하는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참수 사건들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지난 1년간의 미군에 대한 공격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이제 테러세력들은 공격목표에 민간인들을 추가한 것이 명백해 졌다는 것이다. 군대를 파병한 국가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이라크 재건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이집트의 지식인은 "24시간의 시간이 있었는데 정부가 파병입장을 그렇게 빨리 밝힐 필요가 있었느냐"라는 지적도 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납치가 발생한 다음날 아침(현지시간) 바로 알자지라 방송에 한국정부가 추가파병을 재확인 했다라는 기사가 나오는 건 좀 성급했다고 그는 말했다.

언론의 잘못도 있다고 요르단의 한 호텔 지배인은 말했다. "알자지라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가 촬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씨의 부모를 방문한 기자들이 그의 군대시절 사진을 공개했는데 큰 실수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에 병역의무제도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납치범들은 김씨가 군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암만=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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