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살아있다]감동이 숨쉬면 그곳이 문화 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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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12일 강원도 동해시에서 펼쳐졌던 문학축제는 '화이부동 (和而不同)' 이라는 경구를 실감케 한 실로 감동적인 한마당 문학잔치였다.

동해문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가 주최하고 동해시와 문예진흥원.예총 동해시지부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이러한 단체가 한데 어우러졌다는 극적인 사실만큼이나 실로 유쾌한 지반 위에서 흥성스런 분위기로 출발했다.

난바다에서 불어온 바다바람이 물든 가로수 이파리를 뒤척이던 일요일 저녁무렵 동해문화예술회관대강당에서 시작된 문학축제는 '말과 진실' 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고은 시인의 미성 (美聲) 을 앞세우고 팬사인회와 본 행사인 시낭송회로 연이어졌다. 팬사인회에서는 양성우.김영현.도종환.고재종.신현림씨등이 독자들의 애정에 부응하여 일일이 수결 (手決) 하였으며, 이미 끈끈하게 화목한 문인과 독자들은 시낭송회 무대 위.아래에서 진한 유대와 감동의 일체감을 호소력 있는 낭송과 성원의 갈채로 보여주었다.

소설가인 김성동.박범신씨도 선후배 시인들과 함께 애송시를 낭송했다.

또한 이번 시낭송회의 특별한 점은 경향 각지에서 모인 문인들이 동해시의 향토문인들과 어우러져 이루어낸 화합과 결속의 장이었다는 것이다.

동해문협의 김시래.한성은.홍정이.박종해.장정자.권석순.류재만씨등과 인근 삼척.태백 문협소속 시인들도 당연히 무대에 올랐던 것이다.

최근 수필집을 상자한 김인기 동해시장도 신진문인의 자격으로 참여해 '선배문인' 의 박수를 자아냈다.

무엇보다도 뜻깊은 장면은 그날밤 밤바닷가의 파도소리를 배경으로한 화이연 (和而宴) 의 쾌청함. 때마침 풍어철을 맞은 오징어 채낚기 어선의 불빛이 시월의 밤바다를 사월의 꽃밭처럼 수놓고 있는 가운데 동이부화 (同而不和) 하는 세태의 한가운데에서 어쩌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 문학이라는 다리를 건너 화이부동 (和而不同) 의 정점에서 만났다는 사실이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변방이랄 수 밖에 없는 강원도 동해시에서 연출된 이번 문학축제의 성과는, 그러므로 모든 문화의 중심은 박동하는 그곳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증거했다는 점이다.

심상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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