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36년간 다다미 만든 방영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서울의 웬만한 일식집에 있는 다다미중 90%는 제손을 거친겁니다."

서울서대문구미근동 경찰청 정문에서 서울역쪽으로 50여 걷다보면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다다미 (疊) 만드는 집이 있다.

워낙 허름해 간판을 읽고도 여기가 '다다미집' 이란 사실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 '대진다다미제작소' 의 주인 방영철 (方永鐵.49) 씨. 서울 한복판에 웬 다다미집이냐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알고보면 수요가 제법 솔솔하다.

서울시내 일급호텔의 일식집들을 비롯, 강남의 고급 일식집과 노바다야키에서 볼 수 있는 다다미는 거의 방씨의 작품들이다.

요즘은 소주방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유도.태권도 체육관에서도 매트 대용으로 많이 찾는다.

대구가 고향인 방씨는 13살때 당시 서울에서 다다미를 제작하던 이모부의 권유로 상경, 그후 10년동안 도제생활을 거친뒤 71년 현재 자리에 개업했다.

"60년대만 해도 서울에만 70~80군데가 있었어요. 하지만 70년대 들어 비닐장판 붐이 전국을 휩쓸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다다미 만드는 집은 서울에 방씨집을 포함해 세군데와 대구.부산에 각각 1~2군데 있는 정도. 지금은 배우려는 젊은이가 없어 방씨와 함께 일하는 두명도 70대 할아버지들이다.

하지만 전과정을 기계로 제작하는 일본제품보다 방씨가 손수 수작업으로 만든게 일본인들도 인정할 만큼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어차피 '일본것' 을 만들바에야 그들보다 조금이라도 잘만들자고 다짐했던 방씨의 노력 덕분이다.

다다미 겉은 전남나주시영산포에서 자란 '인초' 로 엮어지고 속은 충남예산에서 자란 볏짚을 촘촘히 짜서 만든다.

방씨의 손바람 비결은 이 '겉과 속' 을 마치 양복사가 재단하듯 어우러 한장의 다다미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겨울엔 뜨뜻, 여름엔 시원 이게 다다미의 장점이죠. 또 옛말에 '볏짚 냄새를 맡으면 폐병도 낫는다' 고 했잖습니까. " 다다미 예찬론을 펴는 방씨의 작업장엔 은은한 볏짚 냄새가 곳곳에 배어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