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써 보니...] 한닐 화이트랜드 '빨래 삶는 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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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탁기나 세제의 발달로 주부들의 빨래 일손이 간편해 진 것은 사실. 그러나 다림질이나 삶기등 주부의 세심한 손길을 요구하는 과정은 자동화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살균.표백을 위한 행주나 속옷.흰옷등의 빨래삶기는 걸핏하면 비눗물이 넘쳐 올라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번거로운 일. 따라서 "삶는 동안 물이 절대 넘치지않고 빨래가 눋거나 타지 않는다" 고 장담하는 일부 빨래솥 업체들의 선전문구에 주부들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과연 이 솥만 사용하면 빨래 삶는 일이 간편해질수 있을까. 한닐 화이트랜드 '빨래 삶는 솥' (구입가 3만9천원) 을 2주동안 사용해본 본지 주부통신원 5명은 "확실히 넘치지 않아 빨래삶는 동안 마음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고 입을 모았다.

아이 체육복.내의.타월등으로 솥을 가득 채우고 삶았는데도 전혀 넘치지 않았다 (임행옥) .아마도 이중솥인 '빨래삶는 솥' 의 속솥과 겉속 사이 구멍으로 공기가 이동함으로써 뚜껑을 닫아둬도 압력이 어느 정도에서 조절되므로 물이 넘지 않는 것 같다 (이돈아) . 하지만 가장 센 불에서는 물이 밖으로 튀기도 했다 (정승혜.이돈아) . 물이 튀는 정도가 튀김요리시 기름이 튀는 정도여서 빨래 삶는데는 별 지장이 없었지만 가스레인지 주변이 지저분해졌다 (이돈아) . 또 솥이 이중이라 빨래가 직접 불과 닿지 않으므로 눋거나 탈 염려도 없었고 (권순자) 다 삶은후 속통만 들어내 빨래를 건져내고 밑에 남은 비눗물을 재사용할수 있어 경제적이었다 (정승혜) . 하지만 빨래 삶는 시간이 단축되거나 빨래 삶는 냄새를 없애주는 효과는 거둘수 없었다 (김은주) .빨래가 하얗게 되려면 보통 들통에서 삶을때 1시간정도 걸렸는데 '빨래 삶는 솥' 을 이용할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돈아) . '빨래 삶는 솥' 의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통신원들은 가격이 비싸고 솥이 너무 크고 무거워 "꼭 사라고 권하기는 망설여진다" 는게 공통적인 소감. 빨래를 다 채우고 나면 무게가 무거워 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내리는 것을 혼자 힘으로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권순자) .특히 빨래삶는 동안 속안을 들여다볼수 있게 만든 유리뚜껑이 너무 무거워 빨래 삶을 엄두가 안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임행옥) . 그리고 속솥 중간에 있는 물 올라오는 구멍부분은 뚫어놓은 채로 빨래를 넣어야 했는데 차라리 구멍을 5~6㎝ 높여 만들면 편리하겠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은주 통신원) .

◇ 제조회사의 입장 = 속솥.겉솥 모두에 열전도율이 좋은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하는데 수입품인 알루미늄의 가격이 환율 때문에 점점 비싸져 가격을 더이상 낮출 수가 없다.

도리어 연말쯤에 가격을 조금 더 올려야 수지가 맞을 것 같다.

솥크기는 이불호청이나 하루에 10여개씩 나오는 아기 기저귀를 충분히 삶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이다.

매일매일 행주나 속옷 정도를 삶는 소비자에게는 다소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작은 솥을 구입하면 큰 빨래를 삶을 때는 이용할 수 없으므로 소비자 입장에서 낭비일 것이다.

또 유리뚜껑은 어느정도 무거워야 솥안의 압력이 유지돼 잘 삶을 수 있고 속솥의 중간 구멍을 위로 올려 파이크형태로 만든다면 빨래가 구멍을 막을 염려는 없어지지만 비눗물이 끓으면서 옆 빨래로 흡수되는 효과가 차단되므로 빨래 삶기에는 도리어 적당하지 않다.

정리 =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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